패션가 주목받는 獨 이민 2세 "옷에 한국인 정체성 입혔어요"

"한 번도 패션을 학교에서 공부한 적 없어요. 이쪽으로 오게 될 거란 생각도 해본 적 없고요."

지난달 30일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수상한 패션 디자이너 임상균(32)씨는 이력이 독특하다. 그의 부모는 독일로 이민 가 그를 낳았다. 보기 드문 이민 2세 수상자다. 임씨의 관심사는 원래 건축이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3년간 건축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2004년 뉴욕으로 갔다.

"건축은 흥미진진하지만,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완성작을 보려면 길게는 몇 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좀 더 역동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고민하던 중에 패션 브랜드 '클럽 모나코'의 관계자를 만났죠."

건축을 전공한 덕인지 옷의 구조와 재단에 대한 이해가 빨랐다. '클럽 모나코'에서 2년을 일한 뒤 '칼 라거펠트'와 '헬무트 랭' 같은 쟁쟁한 브랜드에서 시니어 디자이너로 각각 2년과 4년을 일했다. 임씨는 "열린 감성과 에너지, 그리고 옷을 입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작년 9월 자신의 영문 이름 '시키 임(Siki Im)'을 브랜드로 처음 내건 옷을 발표했다. 올 2월과 9월에는 뉴욕에서 단독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다. 그는 옷을 통해서 '독일 이민 한인 2세'라는 자기 정체성을 표현했다. 뉴욕서 열린 단독 패션쇼에서 발표한 주제도 '이민(Immigration)'이다. 반투명한 트렌치코트,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고무신발과 느슨한 바지, 단정한 남성재킷(blazer)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는 올해 초 뉴욕의 신진 디자이너 등용문인 '에코 도마니(ECCO DOMANI) 패션 펀드'의 남성복 부문에서 수상했다. 현재는 뉴욕 패션학교 '파슨스'에서 강의도 한다.

"남다른 창의력을 물려준 건 부모님입니다. 어릴 때 벽에 마구 그림을 그리며 놀았고, 17살 때 사진전을 열 정도로 특이한 아이였어요. 하지만 내가 뭘 해도 '하지 말라'고 하신 적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