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제복 입는 '캄보디아 새댁'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경찰서에 갔지만 말이 안 통해 눈물만 흘리던 이주여성들을 보면서 저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저의 작은 능력이 한국의 캄보디아 동포에게 힘이 되길 기대합니다."

8일 경찰청이 발표한 외사요원 특별채용시험에 합격한 라포마라(28)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7대 1의 경쟁을 거친 캄보디아어 분야 합격자다. 라포씨는 2003년 이길수(43)씨와 결혼해 2005년 귀화한 다문화가정 여성이다. 2008년부터 광주지역 다문화가정 지원센터에서 캄보디아 이주여성과 근로자들을 위해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점도 고려됐다.

라포씨는 7년 전 캄보디아 프놈펜의 집에 하숙생으로 온 지금의 남편 이씨를 만나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결혼 직후엔 한국어를 전혀 몰라 손짓 발짓으로 소통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어 교재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하루 10시간씩 읽고 또 읽었어요. 광주·호남에 사는 시댁 식구들의 '생활 한국어'도 큰 힘이 됐죠." 그는 "통역봉사를 다닐 때 경찰서·법원에서 쓰는 어려운 한자어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남편이 일일이 설명해 줬다"고 했다.

6살 아들 (문선)을 둔 그는 올해 광주 동강대 정보통신학과에 입학, 육아·봉사·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충주에 있는 중앙경찰학교에서 6개월간 교육받은 뒤 경장으로 임용돼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밀집지역에서 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