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왕 한번 더 하고 미국 가야죠"

일본투어 진출 3년 만에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24)는 해온 말이 있다. "최경주 선배가 간 길이 내 갈 길"이라는 것이었다. 최경주는 1999년 일본에서 2승을 한 뒤 Q스쿨을 거쳐 미국으로 갔다.

이 기록만 비교하면 김경태는 적어도 지금 단계에선 최경주를 뛰어넘은 셈이 된다. 올해 3승에 상금왕까지 거머쥔 그는 내년 1년 더 일본투어에서 뛰고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다. 오쿠라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왜 일본에 1년 더 머물 생각을 했나.

"여기서 실력도 좋아지고 경험도 쌓았어요. 그래도 더 넓은 무대로 가고 싶습니다. 올해 랭킹이 올라 내년에 초청을 많이 받아 미국·일본을 오갈 것 같아요."

―PGA에 가서도 잘할 수 있을까.

"올해 메이저대회에 두 번 나가 모두 48위를 했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첫 출전치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부족하다고 느꼈나.

"쇼트게임! 드라이버나 쇼트 아이언은 한국 골퍼들이 오히려 낫다고 봅니다. PGA골퍼들은 드라이버를 굉장히 비뚤어지게 치더군요. 거리도 정확성만 있다면 별 문제 안 됩니다. 하지만 어프로치나 퍼팅은 레벨이 달라요. 이걸 다듬어야 하지요."

―2008년에 슬럼프를 겪지 않았나

"드라이버 입스(yips)를 겪었어요. 상상도 못할 방향으로 날아가니 힘을 주기 어려워 거리가 20야드 정도 줄었습니다. 괴로웠어요. 요즘 거리가 늘었다고 하는데 원래 거리를 회복했을 뿐입니다."

―결혼하고 미국 가는 게 낫지 않나.

"그럼 좋겠지만 여자도 없고 시간도 없고, 지금은 골프가 가장 재미있어요."

―상금왕 경쟁을 벌인 이시카와 료, 이케다 유타가 김경태 선수의 쇼트게임 능력을 높이 평가하던데.

"전 쑥스럽지요, 쇼트게임을 제일 못하거든요. 근데 묘하게 이시카와와 게임할 때마다 쇼트게임이 잘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 알고들 있는 것 같아요."

―이시카와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잘 지내나.

"그와 17살 때인 2008년에 처음 라운딩을 했는데 이해를 못했어요. 아마에서 막 프로로 전향한 선수에 대해 왜 이렇게 난리법석인지. 일본인들이 거는 기대를 이겨낼까 싶었는데 이젠 대선수로 성장했습니다. PGA에서도 충분히 통한다고 봅니다."

―이케다 유타가 김 선수와 동갑이어서 일본 언론이 곧잘 비교하던데.

"겉모습만 보면 야쿠자 느낌이 드는데…(웃음). 보기보다 굉장히 착합니다. 게다가 승부사 기질이 있어서 한 번 감을 잡으면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들 둘과 함께 식사라도 해봤나.

"그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습니다. 두 선수는 혼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시카와는 편의점도 혼자 못 가요."

―내년 목표는.

"한 번 더 상금왕에 도전하겠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한 번쯤은 우승해야겠고요. 2007년 7월 이후 우승하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미국에 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