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계에 혜성같이 떠오른 허영호(24)가 세계 제패까지 단 1승 앞으로 다가섰다. 9일 중국 베이징서 벌어진 제15회 삼성화재배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허 七단은 중국 톱스타 구리(古力·27) 九단을 248수 만에 백 불계로 일축, 첫 판 패배를 설욕하고 1승 1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허영호는 이날 초반 우하귀 버림돌 작전으로 주도권을 잡으면서 좌변과 상변 전투에서 완벽하게 밀어붙여 완승했다. 중국 랭킹 3위인 구리는 중반 이후 열세 만회를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돌을 거두었다. 두 기사 간 통산전적도 2승 2패로 타이를 이뤘다.
허영호는 이로써 10일 벌어질 최종 3국서 승리할 경우 대망의 세계 제패에 성공하게 된다. 그는 과거 국내 신예기전 한 번, 제한기전인 마스터즈 토너먼트서 한 번씩 우승해 본 게 전부다. 국내 본격대회 우승을 거치지 않고 세계 정상 첫 도전서 우승하는 최초의 기록까지 1승이 남은 셈이다.
허 七단은 2007년 국내랭킹 20위권 밖에 머물러있다가 지난해 10월 12위, 올해 3월엔 10위권에 올라섰고 지난 11월 5위를 거쳐 최근 발표된 12월 랭킹에선 4위까지 치솟았다. 랭킹 면에서도 전례가 드문 ‘초스피드 성장‘으로 꼽힌다.
허영호는 이번 결승이 끝나면 푸저우(福州)로 이동, 14일부터 시작되는 제8회 춘란배 8강전서 중국 톱랭커이자 현역 세계 4관왕인 쿵제(孔杰)와 4강행을 다투게 된다. 16일 준결승까지만 치르고 결승은 내년에 거행될 이 대회엔 이세돌 九단도 함께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