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가 우리 사회 '中毒'(술·도박·인터넷·약물) 치유운동 나섭니다"

    입력 : 2010.12.10 03:07 | 수정 : 2010.12.10 10:16

    서울대교구 '斷中毒사목위'허근 신부… 오늘 '바른마음운동본부' 창립
    "교회 도움으로 알코올중독 극복, 내 경험담 얘기하니 효과 좋아"

    허근 신부는“중독에서 벗어나려면 그림과 노래, 공연 관람 같은 여가문화 생활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 중구 중림동 단중독사목위원회 5층 강의실 벽에는 술병이 관 속에 들어간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최근 게임에 빠진 한 중학생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있었잖아요? 중독의 말로(末路)는 결국 죽음입니다. 중독이라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려면 본인의 노력은 물론 주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단중독(斷中毒)사목위원회 위원장 허근 신부(56)는 "우리 사회에 알코올 남용자 400만명, 도박 중독자 200만명 등 술·도박·인터넷·약물 등에 중독된 분들이 많이 있다"면서 "중독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의료적 처방도 필요하지만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99년부터 단중독사목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허 신부는 10일 오후 5시 서울 중림동 가톨릭출판사 3층 요셉홀에서 각종 중독의 예방과 개선을 위한 문화활동을 펼치는 '사단법인 한국바른마음바른문화운동본부' 창립식을 갖는다. 최창무 광주대교구 은퇴대주교,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 박재갑 국립의료원장 등 종교계·학계·의료계 인사 14명이 임원진을 구성하고 각계 인사 12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운동본부 이사장을 맡은 허 신부는 "교회 안에서 해오던 일을 사회적으로 넓혀 가려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중독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바꿔나가는 작업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근 신부가 중독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도 한때 알코올 중독에 빠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술을 몹시 즐겼던 허 신부는 아침 미사를 마치고 술을 시작해 밤까지 이어가기도 했고, 밤새 술을 마시고 새벽미사 집전을 못하기도 했다. 허 신부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비서신부로 일할 때의 일화도 소개했다.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를 마치고 군인들과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셨어요. 추기경님이 '허 신부, 집에 다 왔어' 하시기에 일어났더니 주교관이더라고요. 내가 추기경님 비서를 한 게 아니라 추기경님이 내 비서를 하신 셈이죠." 허 신부는 "이후 군종장교를 하면서 폭음 습관이 몸에 뱄고 이를 10년 넘게 계속하니까 위와 간을 다치고 몸무게가 46㎏까지 빠져 결국 병원에 입원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허 신부는 시집 '그때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2001년)과 체험기 '나는 알코올 중독자'(2002년)를 통해 자신의 알코올 중독 경험과 이를 극복한 이야기를 널리 소개했다.

    허 신부는 "교회의 도움으로 겨우 알코올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이를 무엇으로 갚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단중독사목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그동안 중독자 치료와 상담교육을 하면서 내 경험담을 말하고 중독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효과가 좋았다"고 했다.

    "중독은 당사자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문화적인 요인도 큽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도 문제지만 부모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죠." 허근 신부는 "중독자도 회복되면 얼마든지 사회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중독자를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이들을 개선시키는 활동에 사회적인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