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빼앗긴 天國

〈제12보〉(133~139)=흑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것은 승리를 향해 마지막으로 거쳐야 할 혹독한 관문이다. 백은 난해하고 까다로운 문제를 쉴 새 없이 던지며 상대의 통과 자격을 심사하고 있다. 마지막 1분 초 읽기 속에서 포탄처럼 쏟아져 오는 난제들을 정확히 받아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신예 왕야오는 그걸 해냈다. 한국의 베테랑 심사관 이창호의 테스트를 완벽히 받아낸 것이다. 우선 백△의 끼움에 대한 흑133이 정확무비한 응수. 참고1도 1로 반대쪽에서 받았다간 백6까지 딱 걸려든다. 그렇다고 참고2도 3, 5의 조임도 8까지 흑의 대실패(6…▲). 좁디좁은 공간에서 쌍방 천국과 지옥이 왔다갔다하는 아찔한 공방이다.

134로 몰았을 때 135가 마지막 결정타. 백이 참고3도 1로 따내는 것은 9까지 필연의 진행 뒤 흑이 ▲로 따내는 패(覇)가 되는데, 흑의 자체 팻감을 당할 수 없어 백의 패배가 확정되는 시나리오였다. 할 수 없이 136으로 이었지만 139까지 만사휴의. 천국은 끝내 왕야오에게 품을 열었다. 이창호는 1분여 동안 마음을 정리한 뒤 돌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