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주가 연중 최고… "2000 보인다"

증시가 다시 한번 2000선에 다가섰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한때 900선이 깨어졌던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며 사상 최고치(2064)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24포인트(1.70%) 오른 1988.96에 마감했다. 2007년 11월 9일의 1990.47 이후 최고치로, 2000선을 불과 11포인트 남짓 남겨 놓았다.

주가가 2000선을 바라보게 된 가장 큰 동력은 세계에 넘쳐나는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로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일어난 후로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자금을 쏟아냈는데, 이 자금이 위기 후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을 비롯, 아시아 시장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서 20조원어치가 넘는 한국 주식을 순매수(매수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했고, 2009년 이후로는 약 52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자금은 금융위기 때이던 2008년 한 해 동안 약 36조원이 빠져나갔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돼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그동안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 움직임, 북한 도발 위험 등 악재들의 영향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대신 미국의 경기회복 기대감 같은 호재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연말 배당시즌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던지지 않게 된 이유가 됐다.

주식시장 내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달 들어서만 11%가량 오르는 등 전기전자 업종이 주도주로 나서면서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날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기전자업종이 2.88% 오르며 주가 상승을 주도했고, 대형주인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LG전자 등 각 업종 대표주자들이 2~3%씩 오르면서 강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제 2000선이 멀지 않았다며 연내 돌파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미국을 비롯, 전 세계 경기가 뚜렷하게 나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잠시 2000선을 돌파하더라도 2000선에서 안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은 돼야 추가상승의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민상일 투자전략팀장은 "2000 돌파야 언제든지 가능하겠지만 안착을 위한 상승동력이 아직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날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기도 하다. 한 달 전처럼 매물폭탄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지난달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