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저축銀 거래땐 '88클럽(BIS 8% 이상, 떼일 우려 높은 여신비율 8% 미만)' 여부 먼저 확인을

최근 금융당국이 전국에 있는 저축은행 105개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자산건전성 심사)를 실시한 결과가 알려지면서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가 내년에 8개 저축은행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비(非)공개로 보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는 것이니 만큼, 현실에서 8개 저축은행이 모조리 파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저축은행 예금은 원리금 기준으로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설령 자신이 예금에 가입한 저축은행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돈을 전부 다 떼일 염려는 없다. 저축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일반 예금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①저축은행 왜 부실해졌나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타던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수익성이 높은 PF 비중을 크게 늘려나갔다. 저축은행들이 취급한 PF는 주로 건물을 짓기 이전인 토지 매입에 필요한 비용을 대출해주는 방식이었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하고 예금을 유치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부동산 경기만 뒷받침해주면 고수익이 보장되는 PF는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하지만 지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기 시작했다.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저축은행들로부터 돈을 빌려간 시행사들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됐고, 결국 PF 부실이 저축은행의 건전성마저 갉아먹는 주범이 돼버렸다.

②부실 저축은행은 파산할까

저축은행이 부실해지면 금융당국은 우선 대주주의 증자(增資)를 유도하거나 이러한 저축은행을 인수할 대상을 찾음으로써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면 결국 정리 절차를 밟게 된다.

부실화된 저축은행은 PF대출 같은 부실자산을 떼어낸 뒤 예금 같은 우량자산들을 모아 가교저축은행으로 전환된다. 정리작업에 착수한 시점부터 가교저축은행이 정상영업에 들어가기까지는 보통 100일 정도가 걸리는데, 정상영업이 시작되면 원리금의 5000만원까지 인출이 가능하다.

5000만원 이상을 예치했다면 5000만원까지는 가교저축은행을 통해 지급받고, 나머지 금액은 부실자산을 처리하고 남은 돈 중에서 배당 형태로 받아가게 된다.

③믿을 만한 저축은행을 고르는 방법

믿을 만한 저축은행을 고르는 대표적인 기준은 소위 '88클럽'이다. 88클럽이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떼일 염려가 있는 외상채권) 비율 8% 미만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들을 가리킨다. 지난 2005년말 금융당국이 이 요건을 충족하는 저축은행들에 대해 신규지점 설치를 허가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면서 우량 저축은행을 선별하는 일종의 기준이 돼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88클럽에 가입하고도 부실이 우려되는 저축은행들이 문제"라며 "88클럽에 해당한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량 저축은행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일단 재무제표를 유심히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88클럽의 자격요건인 자기자본비율이나 고정이하여신 비율 외에도, 영업이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지, 기타 부실자산은 많지 않은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외에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 공시가 제때 이뤄지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최효순 예금보험공사 저축은행지원부장은 "대다수 저축은행들은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선 저축은행중앙회나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경영 상황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저축은행 부실의 주범으로 꼽히는 PF대출은 공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전에 PF규모나 부실 정도를 알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느 저축은행이 무리하게 PF에 뛰어들었다'는 등 시장에 흘러다니는 소문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④원리금은 어디까지 보장받나

저축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이곳에 예금을 맡긴 고객들은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까지 찾아갈 수 있다. 단, 이때 적용하는 이자는 시중은행의 평균금리를 기준으로 한다.

또 한 저축은행에 대해 5000만원까지 원리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부실화된 저축은행 두 곳에 각각 5000만원씩 예금을 넣어놨다면 1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단, 타인 명의를 도용하는 등 실명거래법을 위반했다면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