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로 정서장애 이겨냈어요" 한국판 '엘 시스테마' 오늘 연주회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10살 쌍둥이 형제 윤준호·선호(가명·초4)군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반복적으로 깜빡이는 '틱 장애'가 생겼다.

쌍둥이의 엄마(43)는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아이들을 선행학습 없이 학교에 보냈는데, 1학년 때부터 학업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준호와 선호는 늘 주눅 들어 있었다. 학교에서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 먼저 나서 발표하는 법도 절대 없었다.

형제가 변한 건 정서 장애를 가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클래식 악기를 가르쳐주고 심리 상담을 해주는 '아동정서발달 서비스'를 접하고부터다. 준호는 작년부터 플루트를, 선호는 석 달 전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남 앞에 서기를 두려워했던 준호는 지난 11월 삼촌 결혼식 때는 먼저 나서 "축가를 연주하고 싶다"고 했고, 학교 음악시간에도 손들고 플루트 연주를 해보일 정도로 성격이 활발해졌다. 이번 학기에는 둘 다 나란히 부반장이 됐다. 준호를 가르치는 김나원 강사는 "어둡고 주눅 들어 있던 아이들이 악기 연주를 한다는 '자랑거리'가 생기면서 자신감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준호 형제를 비롯해 아동정서발달서비스로 클래식 악기를 배운 157명의 아이들이 11일 오후 3시 서울 용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한국판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표방하는 아동정서발달지원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2008년 시작해 2440명의 아동에게 클래식 음악교육을 해주었다. 전국 가구 평균 소득의 10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 391만원) 가정의 8~13세 아동을 대상으로 하며, 전국 33개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자체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문의는 국번 없이 129(보건복지콜센터).

☞엘 시스테마(El Sistema)

1975년에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Abreu)에 의해 시작된 사회운동. 스페인어로 ‘시스템’이란 뜻이다. 음악교육을 통해 마약과 범죄에 노출된 빈민가 아동의 범죄 예방을 돕자는 프로그램으로, 25개국에서 이를 모델로 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