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 4674명 조사] "IMF가 내 인생의 결정타"… 인생 황금기에 절반이 직장 바꿨다
입력 : 2010.12.11 03:00
[베이비붐 세대 4674명 조사] [2] 그들의 인생역정
54%가 읍·면에서 자라 평균 20세에 도시 올라와… 이젠 '제3의 인생 戰線'에
조선일보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베이비붐 세대 4674명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으로 33.6%가 IMF사태(1997년)를 꼽았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는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인생에서 가장 활기찬 시기였다. 그런 시절에 IMF의 직격탄을 맞아 직장을 잃거나 사업이 부도나면서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조사 책임자인 서울대 한경혜 교수는 "IMF사태 등의 요인으로 베이비붐 세대는 인생 중반기부터 직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며 "베이비붐 세대는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기 시작한 첫 세대"라고 말했다.
당시 베이비붐 세대는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인생에서 가장 활기찬 시기였다. 그런 시절에 IMF의 직격탄을 맞아 직장을 잃거나 사업이 부도나면서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조사 책임자인 서울대 한경혜 교수는 "IMF사태 등의 요인으로 베이비붐 세대는 인생 중반기부터 직업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며 "베이비붐 세대는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기 시작한 첫 세대"라고 말했다.
◆"IMF가 가장 삶에 영향"
서울 광진구의 한 택시회사의 택시를 몰고 있는 최지창(가명·56)씨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그는 "IMF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함께 1남2녀를 키우는 최씨는 대기업 부장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인 1980년,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해 유통 계열사 등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1995년 사직하고 유통회사를 차렸다. 10년 이상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에서 해산물이나 육류를 들여와 국내 시장에 판매하면 먹힐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예상대로 사업은 대박을 터트렸다. "정말 잘나갔죠. 물건을 컨테이너박스에서 내리는 순간 바이어들이 다 사가곤 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니까요."
직원을 4명 채용하고, 차량도 4대를 굴렸다. 한 달 순이익만 1500만원이 넘었다. 최씨는 "그때가 인생에서 제일 잘 나갈 때였다"고 했다.
그러나 1997년 말 IMF사태가 터지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3개월 전 계약에 따라 홍콩·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해 들여온 해산물이며 통조림 등이 팔리질 않았다. 게다가 1달러에 860원에 계약했는데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면서 두 배 비싼 가격에 물건을 들여와야 했다. 최씨는 직원들을 하나씩 내보내고 집도 125.6㎡(약 38평형)에서 82.6㎡(25평형) 아파트로 옮겼다. 그렇게 몇 개월을 버텨봤으나 결국 다음해 8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순간에 모든 게 다 날아갔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의 한 택시회사의 택시를 몰고 있는 최지창(가명·56)씨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그는 "IMF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함께 1남2녀를 키우는 최씨는 대기업 부장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인 1980년,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해 유통 계열사 등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1995년 사직하고 유통회사를 차렸다. 10년 이상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외국에서 해산물이나 육류를 들여와 국내 시장에 판매하면 먹힐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예상대로 사업은 대박을 터트렸다. "정말 잘나갔죠. 물건을 컨테이너박스에서 내리는 순간 바이어들이 다 사가곤 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으니까요."
직원을 4명 채용하고, 차량도 4대를 굴렸다. 한 달 순이익만 1500만원이 넘었다. 최씨는 "그때가 인생에서 제일 잘 나갈 때였다"고 했다.
그러나 1997년 말 IMF사태가 터지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3개월 전 계약에 따라 홍콩·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해 들여온 해산물이며 통조림 등이 팔리질 않았다. 게다가 1달러에 860원에 계약했는데 환율이 1500원으로 오르면서 두 배 비싼 가격에 물건을 들여와야 했다. 최씨는 직원들을 하나씩 내보내고 집도 125.6㎡(약 38평형)에서 82.6㎡(25평형) 아파트로 옮겼다. 그렇게 몇 개월을 버텨봤으나 결국 다음해 8월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순간에 모든 게 다 날아갔다"고 말했다.
◆시골에서 자라 도시로 이동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화를 주도한 세대이고 정치적으로는 격변기를 살았다. 이들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자신의 삶에 두 번째로 영향을 미친 사건(8.9%)으로 꼽았고 10·26사태(6.7%),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5.9%)을 세 번째, 네 번째로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5.6%), 천안함 사건(4.9%), 서울올림픽(3.9%), 한·일 월드컵(1.9%) 등도 베이비붐 세대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시골에서 중·고교를 졸업하고 대도시의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대규모로 이동한 도시화 세대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절반 이상(54.2%)이 읍·면지역에서 성장했고 직장(48.9%)·교육(20.5%)·가족이사(14.1%)·결혼(11.1%) 등의 이유로 10대(48.1%)~20대(43.9%) 때 도시로 이주했다.
1970~80년대 공단지역의 애환이 서린 이른바 '공돌이·공순이 문화'의 중심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다. 남성의 10.6%, 여성의 18.0%가 10대에 첫 직업을 가졌다고 응답했다.
◆절반이 직장 옮긴 경험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 가까이는 이미 직장을 옮긴 경험이 있었다. 조사 대상의 42.5%가 원래 직장이나 직업에서 퇴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직 경험은 여성(48.2%)이 남성(36.6%)보다 훨씬 높았다.
또 전체의 25%(남성의 29.9%, 여성의 21.1%)는 퇴직 경험이 있으면서 현재도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정년을 맞아 은퇴할 경우 제3의 인생(서드라이프)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퇴직 경험이 있는 남자들에게 퇴직 이유를 묻자 직장 부도 또는 해고가 35.9%로 가장 많았고 낮은 보수(20.5%), '내 사업을 하려고'(16.1%)의 순이었다. 가계 소득이 연 26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의 퇴직 경험률은 56.3%에 달해 소득이 낮을수록 퇴직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높았다.
사업이 망한 뒤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 2005년부터 택시운전을 시작한 최지창씨는 "IMF를 전후로 사업 상대나 친구, 사회 등 내 주변 모두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잘 나갈 때 IMF를 겪은 것이 억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최씨는 "그게 우리 세대의 운명인데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화를 주도한 세대이고 정치적으로는 격변기를 살았다. 이들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자신의 삶에 두 번째로 영향을 미친 사건(8.9%)으로 꼽았고 10·26사태(6.7%),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5.9%)을 세 번째, 네 번째로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5.6%), 천안함 사건(4.9%), 서울올림픽(3.9%), 한·일 월드컵(1.9%) 등도 베이비붐 세대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시골에서 중·고교를 졸업하고 대도시의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대규모로 이동한 도시화 세대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는 절반 이상(54.2%)이 읍·면지역에서 성장했고 직장(48.9%)·교육(20.5%)·가족이사(14.1%)·결혼(11.1%) 등의 이유로 10대(48.1%)~20대(43.9%) 때 도시로 이주했다.
1970~80년대 공단지역의 애환이 서린 이른바 '공돌이·공순이 문화'의 중심에도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다. 남성의 10.6%, 여성의 18.0%가 10대에 첫 직업을 가졌다고 응답했다.
◆절반이 직장 옮긴 경험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 가까이는 이미 직장을 옮긴 경험이 있었다. 조사 대상의 42.5%가 원래 직장이나 직업에서 퇴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직 경험은 여성(48.2%)이 남성(36.6%)보다 훨씬 높았다.
또 전체의 25%(남성의 29.9%, 여성의 21.1%)는 퇴직 경험이 있으면서 현재도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정년을 맞아 은퇴할 경우 제3의 인생(서드라이프)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퇴직 경험이 있는 남자들에게 퇴직 이유를 묻자 직장 부도 또는 해고가 35.9%로 가장 많았고 낮은 보수(20.5%), '내 사업을 하려고'(16.1%)의 순이었다. 가계 소득이 연 26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의 퇴직 경험률은 56.3%에 달해 소득이 낮을수록 퇴직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높았다.
사업이 망한 뒤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다 2005년부터 택시운전을 시작한 최지창씨는 "IMF를 전후로 사업 상대나 친구, 사회 등 내 주변 모두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잘 나갈 때 IMF를 겪은 것이 억울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최씨는 "그게 우리 세대의 운명인데 어쩌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