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출신 父母' 피 이어받은 ROTC 여대생

"충!성!"

10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삼성컨벤션홀에서 여대생들의 씩씩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군기가 바짝 든 여대생들은 대한민국 첫 여성 학군사관후보생(ROTC)이 됐음을 선언했다. 지난달 4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숙명여대 학생 30명은 이날 '제217 학생군사교육단 창설식'에 참석했다. 창설식이 끝나자 송영미(47)씨가 딸 민지현(21·수학통계학부 2년)씨를 얼싸안으며 "엄마랑 아빠의 소원을 이렇게 이뤄주다니. 우리 딸이 너무 자랑스럽구나!"라고 말했다.

 

민씨는 금융업종에 취직하기 위해 수학통계학부에 진학했지만, 진로를 바꿨다. "'군대가 여성들에게 지원도 많이 해주고 남성들과 동등하게 대해 준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저를 움직인 것 같아요. 어머니도 아버지처럼 군생활을 하다 똑같이 중위로 예편해 군생활을 잘 아시거든요."

어머니 송씨는 1987년 경북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여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여군 23기가 됐다. 1989년 중위로 전역할 때까지 육군본부 인사운영감실에서 일했다. 송씨는 "교사가 되려고 했는데 우연히 여군사관학교 모집 공고를 보니 '교관'이란 직책이 있었다"며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며 가르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했다. 송씨가 전역 직전 맡았던 일은 '20년 후 여군 규모 예측과 여군이 맡을 수 있는 병과 연구'였다고 한다. 송씨는 "당시 20년 뒤면 여군 비율이 전체 군의 10%까지 늘 수 있겠다고 보고하면서 여대생 ROTC 가능성도 언급했다"며 "지현이를 임신하던 당시에 '딸을 낳으면 여대생 ROTC가 됐으면 좋겠다'고 상상했는데 정말 이뤄져 꿈만 같다"고 좋아했다.

아버지 민경배(48)씨는 ROTC 24기로 딸의 대선배다. 아버지 민씨는 군복 입은 딸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여군 출신인 집사람을 보면서 우리 딸들도 그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연세대 재학 중이던 1986년 ROTC로 입대해 1988년 특전사에 근무하다 중위로 전역했다.

그는 "인생에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군 생활의 경험이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이 돼줬다"며 "딸에게 ROTC 출신의 강인한 정신력과 자부심을 물려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송씨와 민씨는 1987년 국군의 날 행사 때 퍼레이드에 참가했다가 만나 2년 뒤인 1989년 4월 결혼했다. 송씨는 "전역 전에 우리 지현이를 가졌으니, 태교(胎敎)도 군대에서 한 셈"이라며 웃었다.

지현씨 동생 재희(19)양도 지난달 숙명여대 수시 2차 모집에 지원해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재희양도 "입학하면 언니처럼 2학년 때 ROTC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