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이 저자] "직원들이 즐겁게 뛸 수 있는 경기장 만드는 것이 CEO의 임무"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직원들 개개인을 '플레이어(player)'로 보고, 그들이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그라운드(ground)와 플레이 룰(rule)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이혁병(57) 전(前) ADT캡스 회장이 쓴 '플레잉 경영'(21세기북스)에는 32년간 기업에 근무하면서 그중 12년간을 CEO로 일한 이 전 회장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이 전 회장은 1978년 대우에 입사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다국적기업 캐리어와 LG의 합작 법인인 캐리어LG CEO로 발탁된 것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 지난 8월까지 보안업체인 ADT캡스 회장을 역임했다.

책에서 그는 "기업을 즐거운 운동 경기장으로 만드는 작업인 '플레잉 경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CEO 본인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DT캡스 회장 시절 직접 직원들 앞에서 수상스키 시범을 보이고, 원더걸스의 '노바디'에 맞춰 춤을 추면서 명랑한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애썼다.

"제가 2002년 ADT캡스 CEO로 부임하자마자 노조가 총파업을 시작했어요. 1999년 ADT캡스가 다국적기업인 타이코그룹에 인수되면서 영어 능통자들만 우대를 받고 조직문화가 성과와 실적 위주로 급격하게 바뀐 것이 원인이었죠." 6개월간의 노사 분규가 끝난 후 그는 조직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직원 교육안을 놓고 고민했던 그가 최종적으로 택한 것은 수상스키. 직원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소통하기에 적합한 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만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수상스키를 배우기 어렵죠. 코치 말도 잘 듣지 않고 자꾸 물과 싸우려고 힘을 주다 보면 물에 가라앉게 되거든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료가 제대로 수상스키를 탈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마음에 쌓였던 앙금은 차츰 사라졌다.

전 직원들이 해마다 함께 수상스키를 배운 결과는 놀라웠다. ADT캡스는 2007년 이후 계속 두 자릿수 성장을 했다. "회사는 잘 되는데 직원이 행복하지 않다면 단기적인 성과는 이룰 수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은 어렵죠. CEO가 자신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직원과 고객들을 유능한 플레이어로 키워나갈 때 회사가 '챔피언'으로 우뚝 서게 되는 거죠."

자기 주장과 개성이 강한 N세대 플레이어들의 체질에 맞게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도 이 전 회장의 관심사 중 하나다. 그는 "임원들이 신입직원들로부터 N세대의 문화를 배우도록 하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데 효과적"이라고 썼다.

"리버스 멘토링 도입 후 회사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죠. 임원들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말단 직원들에게 의견을 묻기 시작했어요."

이 전 회장은 "CEO는 무엇보다도 직원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죠. 사람에게 집중하다 보면 성과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직원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려는 CEO의 고민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