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김형석의 후아유] 영화배우 류현경
입력 : 2010.12.11 03:04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까지… '쓰임새 좋은 배우'
어쭙잖게 개인적인 옛 이야기를 하자면 필자는 친구가 연출하는 단편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그 친구는 얼마 전에 '해부학 교실'로 데뷔한 손태웅 감독이다). '필통낙하실험'이라는 영화였고, 맡은 배역은 시험 감독교사였다. 주인공인 아역 배우가 중1년생이라기엔 너무 성숙해 보였다. 드라마 '곰탕'(1996)에서 김혜수의 아역을 맡았고 영화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류현경. 바로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어느새 스물일곱 살이 된 배우다. 그때 이야기를 하자 "정말요?"라며 놀란다.
올해 갑자기 알려진 듯하지만 류현경은 연기 경력 14년의 베테랑 배우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연기에 관심을 가진 지는 얼마 안 된 신인이나 다름없는 배우"라고 말한다. 계기는 '신기전'(2008). 그전까지 10여년 동안 그저 해오던 연기를 별 고민 없이 했을 뿐이었단다. 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웠던 배우의 다소 의외인 고백이다.
류현경이 연기에 관심을 가진 건 1990년대 초반에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역 배우 이재은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 드라마에 출연하는 걸 보면서 배우가 되면 서태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학원에 등록했고, 그 결과 자신의 아이돌을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의 꿈은 이루게 됐다.
누군가의 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 강수연의 어린 시절이었던 '깊은 슬픔'(1997) 현장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현장에서 곽지균 감독님의 지휘자 같은 모습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감독님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중학생인 저에게도 느껴졌어요." 그 열정에 감염된 류현경은 학교 영화반에 들어갔고, 직접 쓴 시나리오로 중학교 3학년 때 첫 연출작 '불협화음'을 완성했다. 교육방송의 '네 꿈을 펼쳐라'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으니, 타오르는 의욕의 시기였다.
하지만 그런 감흥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순수한 마음과 동경이 점점 퇴색되는 것 같았다. 배우 하다가 나중에 장사나 하자는 생각도 했다. 연극영화과에 갔고 작품은 이어졌지만, 열정은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이때 '신기전'을 만났고, 김유진 감독과 선배들을 통해 영화에 대한 첫사랑을 되찾았다.
"정재영 선배님을 껴안으며 '오라버니, 죽지 마' 이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냥 달려가서 껴안는 건데 감독님이 중간에 한 번 멈추었다가 달려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멈추는 순간에 갑자기 확 감정이 생겼어요. 동선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요. 사실 이런 건, 신인 배우가 하는 경험이잖아요.(웃음) 너무 신기했어요." 그 짧은 순간은 류현경에게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안겨주었다.
그때부터다. 독립영화 크레디트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케이블 TV 드라마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며, 단편영화제엔 '감독 류현경'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올해는 어떤 궤도에 올랐다.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쩨쩨한 로맨스'는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독립영화인 '첫사랑 열전'이 개봉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선 '개 같은 인생'이 상영됐다. 마치 두 사람의 것을 합한 듯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공존하는 필모그래피. 그 공존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느새 그녀에게 쌓인 어떤 '내공' 때문인지도 모른다.
올해 갑자기 많은 것을 보여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지 묻자 단호하게 "그건 새 발의 피!"라며 웃는다. "어느 영화 관계자 분이 자꾸 조연만 하면 나중에 아무것도 안 된다고 그러는 거예요. 확 짜증이 나더라고요! 저에겐 '쓰임새가 좋은 배우'가 최고의 가치거든요. 말만 그렇게 하지 속마음은 안 그럴 거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정말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비중에 상관없이) 좋은 역할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웃음)"
'쩨쩨한 로맨스'의 다림이라는 캐릭터를 잡으며 최강희는 '자기주장도 강하고, 당차고, 활발하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류현경의 실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언니가 제 (별명이기도 한) '유기견' 캐릭터를 가져간 거죠.(웃음)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돌아다녀도 기죽지 않고 떳떳한!" 이 당찬 배우의 차기작은 유해진 엄정화와 함께 하는 옴니버스 영화 '마마'. 내년엔 진한 모정의 드라마에서 한껏 달라진 류현경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
올해 갑자기 알려진 듯하지만 류현경은 연기 경력 14년의 베테랑 배우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연기에 관심을 가진 지는 얼마 안 된 신인이나 다름없는 배우"라고 말한다. 계기는 '신기전'(2008). 그전까지 10여년 동안 그저 해오던 연기를 별 고민 없이 했을 뿐이었단다. 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웠던 배우의 다소 의외인 고백이다.
류현경이 연기에 관심을 가진 건 1990년대 초반에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이었다. 아역 배우 이재은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 드라마에 출연하는 걸 보면서 배우가 되면 서태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학원에 등록했고, 그 결과 자신의 아이돌을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의 꿈은 이루게 됐다.
누군가의 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 강수연의 어린 시절이었던 '깊은 슬픔'(1997) 현장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현장에서 곽지균 감독님의 지휘자 같은 모습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감독님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중학생인 저에게도 느껴졌어요." 그 열정에 감염된 류현경은 학교 영화반에 들어갔고, 직접 쓴 시나리오로 중학교 3학년 때 첫 연출작 '불협화음'을 완성했다. 교육방송의 '네 꿈을 펼쳐라'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으니, 타오르는 의욕의 시기였다.
하지만 그런 감흥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영화에 대한 순수한 마음과 동경이 점점 퇴색되는 것 같았다. 배우 하다가 나중에 장사나 하자는 생각도 했다. 연극영화과에 갔고 작품은 이어졌지만, 열정은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이때 '신기전'을 만났고, 김유진 감독과 선배들을 통해 영화에 대한 첫사랑을 되찾았다.
"정재영 선배님을 껴안으며 '오라버니, 죽지 마' 이러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냥 달려가서 껴안는 건데 감독님이 중간에 한 번 멈추었다가 달려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 멈추는 순간에 갑자기 확 감정이 생겼어요. 동선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요. 사실 이런 건, 신인 배우가 하는 경험이잖아요.(웃음) 너무 신기했어요." 그 짧은 순간은 류현경에게 '평생 연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안겨주었다.
그때부터다. 독립영화 크레디트에서 그녀의 이름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케이블 TV 드라마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며, 단편영화제엔 '감독 류현경'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올해는 어떤 궤도에 올랐다. '방자전' '시라노; 연애조작단' '쩨쩨한 로맨스'는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독립영화인 '첫사랑 열전'이 개봉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선 '개 같은 인생'이 상영됐다. 마치 두 사람의 것을 합한 듯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공존하는 필모그래피. 그 공존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어느새 그녀에게 쌓인 어떤 '내공' 때문인지도 모른다.
올해 갑자기 많은 것을 보여준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지 묻자 단호하게 "그건 새 발의 피!"라며 웃는다. "어느 영화 관계자 분이 자꾸 조연만 하면 나중에 아무것도 안 된다고 그러는 거예요. 확 짜증이 나더라고요! 저에겐 '쓰임새가 좋은 배우'가 최고의 가치거든요. 말만 그렇게 하지 속마음은 안 그럴 거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정말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비중에 상관없이) 좋은 역할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웃음)"
'쩨쩨한 로맨스'의 다림이라는 캐릭터를 잡으며 최강희는 '자기주장도 강하고, 당차고, 활발하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류현경의 실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언니가 제 (별명이기도 한) '유기견' 캐릭터를 가져간 거죠.(웃음)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돌아다녀도 기죽지 않고 떳떳한!" 이 당찬 배우의 차기작은 유해진 엄정화와 함께 하는 옴니버스 영화 '마마'. 내년엔 진한 모정의 드라마에서 한껏 달라진 류현경이 당신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