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의 평점 따윈 필요없어] 존 레넌… 기타와 첫 만남… 영화로 본 그 찬란한 시절

이 거친 '로큰롤 오이디푸스'는 어떻게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존에게 어머니란 깨진 거울처럼 볼 때마다 상처 입은 자신을 보게 하는 애증의 존재였다.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 그도 근원이자 한계인 어머니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화해하려 애썼으나 깨진 거울을 다시 붙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이유로 지금 우리가 그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됐는지 모른다.

엔딩 타이틀 때 흐르는 곡 'Mother'는 이 섬세한 소년이 전설의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며 뭉클한 감동을 일으킨다. 예술가들의 궁극의 꿈인 '이 작품을 어머니에게 바칩니다'를 이루어낸 존 레넌. 그에게 선사하는 이 영화는 사람의 고통이 노래가 된다는 진실을 이제 막 알게 된 존 레넌을 그려 더욱 따뜻하고 풋풋한지 모르겠다.

노웨어 보이=감독 샘 테일러 우드. 출연 아론 존슨,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데이비드 스릴펄. 12월 9일 개봉. 15세 관람가.

1980년 12월 8일은 존 레넌이 뉴욕의 집 앞에서 팬에게 저격당한 날이다. 존 레넌 사망 30주년을 맞아 만든 영화 '노웨어 보이'는 우리가 알던 검은 양복에 '비틀 마니아'를 몰고 다니던, 오노 요코와 세계평화를 노래하던 존 레넌이 아닌, 열다섯 소년 존 레넌을 이야기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쿼리뱅크(그가 다니던 학교)의 소문난 악동 존 레넌이 기타와 영원한 사랑에 빠지던 그 찬란하고 아름답던 시간을 보여준다.

훗날 자신의 마스코트가 될 안경을 계집애 같다며 쓰기 싫어하는 존은 공격적이며 냉소적인 반항아다. 그의 가슴에는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심어놓은 트라우마가 쑥쑥 자라고 있다. 부모보다 큰 사랑으로 키워준 미미 이모의 관심도 이제는 그저 구속처럼 느껴진다. 그런 그 앞에 다시 나타난 어머니 줄리아. 음악을 사랑하는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줄리아의 존재는 존에게 매혹이면서 고통이다. 마치 음악처럼 그의 인생을 지배하게 될 그녀는 그를 로큰롤의 세계로 인도한다. "엘비스 이전에 내게 영향을 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첫사랑의 순정을 뺏긴 존은 모든 열정을 기타에 쏟아 붓는다. 동네 친구들과 결성한 그룹 '쿼리멘'을 시작으로 비틀스 마니아들이 흐뭇해 할 에피소드와 인물들이 속속 등장한다. 축제 공연에서 이루어진 귀여운 모범생 천재 폴 매카트니와의 운명적 만남, 조지 해리슨의 버스 안 기타 시범, 예술학교 입학, 그리고 어머니 줄리아의 갑작스런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