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반복 실험(實驗)

〈제1보〉(1~15)=이번 8강전을 위해 출국한 한국기사 3명 중 우리 팬들이 가장 든든하게 생각했던 '선수'는 최철한이었다. 이창호는 최고 베테랑이지만 그 무렵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 있었고, 당시 한국랭킹 14위였던 안조영은 세계대회 입상경력이 적어 팬들에게 확신을 안겨주지 못했다. 반면 최철한은 세계타이틀 보유자(잉씨배)로 당시 국내 2위 랭커였고, 퍄오원야오와의 상대전적서도 2승 무패로 앞서 있었다. 그랬는데….

10여 년 전엔 7로는 '가'가 정형이었으나 언젠가부터 한 칸 옆에 두는 수도 개발됐다. 그 '창안자'가 다름 아닌 최철한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은 가장 평범한 벌림. 이 좁은 곳에서도 숱한 실험이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엔 참고1도 백1까지 '시장'에 나왔다가 4까지 흑이 좋다는 결론에 따라 빠르게 퇴장했다.

13으로도 참고2도 1로 밀어 5까지 중앙을 쌓는 정석도 있다. 하지만 지금 배석(配石)으론 흑?Y가 한 칸 옆, 실전보 '가'에 있는 게 훨씬 좋아서 선택할 수 없다. 이제 14는 당연한 백의 권리. 흑도 15는 중앙 세력의 분기점이자 두점머리에도 해당해 늦출 수 없다. 초반 기싸움 속에 전단(戰端)은 중앙으로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