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소형 아파트가 중형 제쳤다

대우건설은 지난 10월 부산 사하구 당리동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770만원, 중형은 749만원으로 정했다. 그동안은 면적이 클수록 단위당 분양가도 높여 받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넓은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줄면서 분양가를 낮춘 것이다.

금호건설도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면 일대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중형 아파트보다 낮게 책정했다. 분양관리팀의 박정석 과장은 "대형 면적은 주력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혹시 미분양이 날까 봐 가격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소형 아파트 분양가, 4년 만에 중형 제쳐

14일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10만여 가구를 조사한 결과, 66~99㎡(20평대)인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99~112㎡(30평대)의 중형 아파트 분양가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소형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060만원, 중형은 1025만원이었다. 소형이 중형을 제친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분양가가 역전된 것은 그만큼 소형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안 팔리는 상품의 가격은 내리고, 잘 팔리는 쪽 가격을 높이는 건 장사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올해 소형 아파트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건설업체들은 당초에 중대형으로 계획했던 아파트의 설계까지 변경하면서 소형 아파트를 공급했다.

◆"대형 사야 돈 된다"는 이제 옛말

과거에 사람들이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집값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도 소형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인 영향이 크다.

국민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매매가격지수(2008년 12월=100 기준)를 보면 2005년 이후 대형 아파트의 가격지수는 줄곧 소형 아파트 지수를 웃돌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분위기가 역전돼 현재는 소형이 106, 대형이 98.5를 기록 중이다. 소형 아파트 가격은 2008년 말보다 평균 6%가 올랐는데, 대형은 1.5%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수요자들의 사고방식도 바뀌고 있다. 정일환 대우건설 분양소장은 "이전엔 60~70대 노인들도 여유가 있으면 큰 집을 샀는데 지금은 두 분이 살 집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이제 소형보다 대형 아파트를 어떻게 팔지 더 고민한다. 이날부터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흑석뉴타운 센트레빌 2차'의 1순위 청약접수를 시작하는 동부건설의 김남주 분양사무소장은 "조망권이 가장 좋은 곳에 대형 아파트를 주로 배치했지만 경쟁률은 소형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소형 강세' 추세 이어질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소형이 강세를 보인다는 쪽의 근거는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 가구당 인원수는 2005년 3.01명에서 2020년 2.59명, 2030년 2.45명으로 줄어든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소득 수준이 늘어나면 가구원 수는 줄더라도 면적은 많이 줄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내외주건의 김신조 대표는 "1~2인 가구가 늘어나 소형 주택 수요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젊은 층이 많은 1인 가구와 달리 2인 가구는 소득이 높은 50대의 부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며 "또 3인 가구 이상이 급감하는 것도 아닌 만큼 선호하는 주택 면적이 무조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