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만들어 저소득층에 보내는 할머니들 "한올한올 짤 때마다 내 마음만은 부자"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동 주민센터 2층의 자원봉사캠프. 조끼를 입은 60대 여성 5명이 동그란 설거지용 수세미를 비닐에 넣고 있다. 서강동 자원봉사자들로,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할 '행복을 전하는 손뜨개 수세미'를 포장하는 중이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뜨개질을 시작했고, 어느덧 2000여개의 수세미가 만들어졌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민센터에 나와 2시간씩 짰다고 한다.

60대 여성들로 이뤄진 서강동 자원봉사 캠프는 올 초 봉사할 프로그램을 찾다가 뜨개질을 생각해냈다. 캠프장 석주화(62)씨는 "우리가 어렸을 때는 대부분 옷을 뜨개질해서 만들어 입지 않았느냐"며 "요즘 젊은이들은 뜨개질이 좀 궁상맞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뜨개질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냐"며 웃었다.

이들은 세제 없이도 설거지할 수 있도록 아크릴을 사용해 수세미를 짜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가정의 세제 구입비 걱정이라도 덜어주자는 생각에서다. 마포구청에서 아크릴 실과 뜨개질용 코바늘, 비닐 등 재료비 100여만원을 지원해주었다.

처음에는 수세미 하나 짜는데 2시간도 넘게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뜨개질이 숙달돼 40분 정도면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양손 검지와 엄지에는 어느덧 굳은살이 자리 잡았다. 아크릴이 까칠까칠한 탓에 피부가 벗겨진 적도 여러 번이다. 총무 김명순(68)씨는 "실이 까칠해 양쪽 검지손가락에 테이프를 붙여야 했다"면서도 "수세미 한 장도 돈이 아까워 사기 힘든 기초생활가정을 생각해 집에서도 틈날 때면 수세미를 짜곤 했다"고 말했다. 주삼순(68)씨는 "한 달 전부터 어깨에 통증이 와서 침을 맞고 있지만 왠지 그만두기가 힘들었다"며 "수세미가 한 장 한 장 상자에 담길 때마다 내 마음이 부자가 돼 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들은 홀로 지내는 노인들과 장애인 가정에 직접 짠 수세미를 들고 찾아가 청소해주는 봉사도 벌이고 있다. 최락연(66)씨는 "이제 9개월 정도 수세미를 짰으니 대장정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우리들이 한 올 한 올 사랑을 담아 만든 수세미로 설거지할 가정 모두에 행복도 한 올 한 올 늘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민센터에서는 3개월에 한 번씩 기초생활수급가정에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16~18장 지급한다. 이번에는 수세미를 함께 넣어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