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최장수 진행 유명인 4만명 인터뷰 '래리 킹 라이브' 종영

허스키한 목소리와 구부정한 자세, 멜빵, 그리고 4만여 건의 인터뷰….

'토크쇼의 전설' 래리 킹(King ·77)이 16일 방송을 끝으로 그가 진행해온 CNN의 간판 프로그램 '래리 킹 라이브'의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1985년 첫 방송을 한 지 25년 만이다. 그는 이미 TV 인터뷰 프로그램 사상 특정 시간대에 가장 오랜 기간 진행한 기록을 세웠다.

1957년 마이애미에서 라디오로 방송계에 발을 들인 킹은 라디오 토크쇼와 디스크자키로 인기를 얻은 뒤 1985년부터 '래리 킹 라이브'를 시작했다. 그 후 25년간 각국 정상을 비롯한 정치인, 연예인, 유명인사를 두루 인터뷰하며 명성을 높였다.

인터뷰 대상에는 제럴드 포드 이후의 모든 미국 대통령이 포함됐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플레이보이 설립자 휴 헤프너,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 할리우드의 가십걸 패리스 힐튼까지 망라돼 있다. '래리 킹 라이브'는 CNN방송이 초창기 인지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킹의 인터뷰는 때로 "공격적이지 않고 너무 밋밋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그의 부인을 살해한 연쇄살인마 찰스 맨슨을 혼동하는 등 실수 에피소드도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상대방이 편안하게 이야기하도록 해주는 그의 스타일에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인사들까지 마이크 앞에 앉게 만들었다.

킹은 화려한 사생활로도 유명하다. 지난 4월에는 일곱 번째 부인과 이혼 소송을 벌였다. 전처(前妻) 한 명과 두 차례 이혼한 것을 포함해 8번째 이혼 소송이다. 이번 하차로 킹이 방송계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매년 4차례 CNN에서 특별방송을 진행하고, 민간구호단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래리 킹 라이브' 마지막 방송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래리와 시청자들을 위한 '깜짝쇼'가 많이 준비돼 있다"고 예고했다. 킹의 빈자리는 영국 언론인 피어스 모건이 진행하는 인터뷰 프로그램이 채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