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장터 '프리 마켓'은 이 클럽 사장님 아이디어

'홍대 앞'이란 말은 서울 상수동 홍익대학교 앞을 지칭하지 않는다. '홍대 앞' 또는 '홍대'는 상수동·서교동·합정동 일대의 거리 또는 문화공간을 추상적으로 가리킨다.

이 젊고 독특한 '홍대 앞 문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홍대앞 문화예술상'이다. 올해 제3회를 맞아 17일 열린 시상식에서 김영등(42)씨가 대상을 받았다. 일상예술창작센터와 라이브클럽 '빵'의 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씨는 홍대 앞 명물인 '프리 마켓'을 만든 사람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홍대 정문 앞' 놀이터를 중심으로 열리는 프리 마켓은 어떤 물건이든 새롭고 독특한 것을 만든 창작자가 직접 작품을 갖고 나와 파는 장터다. 12월부터 2월까지 쉬기 때문에 지금은 열리지 않는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의 젊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홍대신촌 문화포럼'이 만들어졌고 제가 사무국장을 맡았어요. 그때 작업실에만 있던 홍대 앞 예술 창작자들이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 해서 프리 마켓을 열게 됐습니다." 16일 서교동 씨어터제로에서 만난 그는 "클럽이 홍대의 밤 문화라면 홍대의 낮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매주 100명 안팎이 자신의 창작품을 선보이는 프리 마켓에는 액세서리류가 70%로 가장 많다. 김씨가 꼽는 가장 독특한 사람은 '10초 초상화'를 그리는 20대 남자다. 말 그대로 10초 안에 초상화를 그려주고 그 대가로 10원을 받는다. "하지만 100원 내든 1000원 내든 잔돈은 거슬러주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죠." 프리 마켓이 열리는 동안 늘 20~30명이 초상화를 받으려고 줄 서 있지만, 워낙 그림솜씨가 빨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김씨의 클럽 '빵'은 산울림소극장 인근에 있다. 이 무대에서 인디뮤지션 소히, 이장혁, 푸른새벽 등이 데뷔했다. '빵'은 1994년 문을 열어 3~4명이 함께 운영하다가 97년부터 김씨가 혼자 운영하고 있다.

"제가 홍대 앞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습니다. 고향이 왜 좋은지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다만 꾸준히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늘 이곳에 있고 그것이 즐거워서 그러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