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 매출 분석에 리모델링… "경영 배우고 봉사도 한 셈이죠"

"얼른 앉아서 파전 좀 먹어봐. 소주 한잔 줄까?"

서울 정릉동의 주점 '나머지공부' 김은숙(45) 사장이 16일 저녁 대학생들을 반갑게 맞았다. 학생들은 벽을 둘러보며 자신들이 그린 벽화가 마음에 들던지 '씩' 웃었다. 연세대 경영대학이 미소금융중앙재단의 협조를 얻어 개설한 강좌 '마이크로파이낸스와 소사업 경영' 수강생들이다. 서민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인 '마이크로파이낸스'에 관한 수업이다. 수강생 39명은 이론을 배운 다음 10개 팀으로 나뉘어 영세업체를 한 곳씩 찾아가 무료로 컨설팅해 주었다.

김은숙씨는 재작년 '나머지공부' 2호점을 개점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컨설팅 팀장 김본환(28·법학4)씨는 "주변에 대학이 있지만 신학기에만 손님이 몰려 월별 매출이 불균형한 게 문제였다"고 했다. 그래서 황칠상(28·경영4)·한명길(28·경영4)·최인혜(20·영문3)씨 등과 매출 신장 방법을 고민했다.

먼저 주고객인 국민대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섰다. 설문지 300장을 만들어 돌렸다. 최씨는 국민대생 4명과 심층 인터뷰를 했다. 한씨는 "수거한 설문지 201장을 분석하느라 1주일 동안 매일 7~8시간씩 컴퓨터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낡은 복도를 바꾸자는 결론을 얻었다.

복도 리모델링을 위해 이화여대 서양화과 학생을 섭외해 총감독으로 모셨다. 학생들은 지난 2~3일 새벽 4시 복도 벽지를 뜯어내고 베이지색 페인트를 칠한 뒤 소나무를 그렸다. 이 벽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주점은 손님들로 만원을 이뤘다.

사진작가와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메뉴판도 바꿨다. 단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국민대 토목과 학생들의 도움을 얻어 조명·음향시설을 갖춘 무대를 만들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던 황칠상씨는 1년치 장부를 분석, 재고를 줄여 비용을 10% 절감시켰다. 황씨는 "매출은 꼼꼼하게 기록하면서도 비용은 적당히 적어 장부에 빈 곳이 많았다"고 했다.

김본환씨는 "'이게 무슨 3학점짜리냐, 15학점 수업이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지만, 현장에서 배우고 봉사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