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키우는 사람들] "동화가 재밌으면 다예요? 인생의 길을 알려줘야죠"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와룡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어린이책 운동가 조월례(56)씨는 올해 출간된 국내 저자들의 동화와 그림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역사가 100년이 넘는데, 아직 이를 총체적으로 담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아요. 목록을 만들고 경향을 분석해서 그 내용을 담은 연간 어린이책서평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아동서 출판계에서 조씨는 '국내 어린이책 운동의 토대를 닦은 사람'으로 꼽힌다. 1970년대 말 서울 양서협동조합 어린이도서 분과 소속으로 어린이책 운동에 뛰어든 그는 1980년 만들어진 '어린이도서연구회'(이하 '어도연') 창립 멤버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어도연' 이사와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어린이책 계간지 '고래가 숨 쉬는 도서관'을 펴내면서 대학과 도서관 등에서 어린이 책 강의를 하고 있다.

'어도연' 시절 조씨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우리 책을'이란 모토를 내세웠다. "'소공자' '백설공주'가 어린이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때였죠. 방정환·이주홍·마해송·권정생 등 좋은 우리 작가들의 책을 어린이들에게 읽히자는 운동을 펼쳤어요."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 어린이들에게 우리 책을'을 모토로 삼는다. "여전히 어린이책 출판계는 외국 저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거든요. 책이란 문화의 소산이잖아요. 어린이들이 우리 문화도 잘 모르면서 다른 나라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균형을 잃게 됩니다."

조씨는 "현재 출간되는 아동서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가볍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책은 어린이들이 책을 통해 인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주제의식 없는 가볍고 선정적인 책들이 쏟아지니 화가 납니다."

학습 위주로 편향된 어린이 책 시장도 문제다. "독서 이력을 입시에 반영하는 현실이 기능주의적 독서를 조장하고 있죠. 출판사들도 학부모들 비위를 맞추려고 하고요" 조월례씨는 "어린이 책의 본령은 어린이를 '착한 사람'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좋은 책은 독자들에게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죠. 어린이책 작가들이 돈벌이에 급급하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려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먼저 갖췄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