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聲東擊西

 

 

〈제5보〉(56~67)=최철한과 이세돌은 어린 시절 함께 공부했던 사이. 그 둘이 최근 치렀던 국수전 준결승전이 큰 화제를 낳았다. 이세돌이 잔뜩 집을 챙긴 뒤 거대한 백진에 뛰어들자 최철한이 항우 같은 힘으로 침입군을 완전 섬멸한 것. "철한이의 기풍은 원래 얌전했으나 세돌이에게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싸움꾼으로 변모했다"는 게 둘을 키워낸 권갑룡 八단의 회고다. 아무튼 이세돌과의 그 한 판은 최철한이 왜 '독사'로 불리는지 충분한 설명이 됐다.

56은 언제건 백의 선수(先手). 58엔 59가 준비된 대응이다. 흑 '가'의 부담 때문에 백은 함부로 '나'로 끊지 못한다. 참고도에서 보듯 백의 수 부족. 흑은 바깥이 막히더라도 '다'로 막아 살 수 있기 때문에 59로는 '나'로 막받아 패(覇)를 할 수도 있었다. 아무튼 61까지 흑의 처리는 탁월했다는 결론.

초반 하변이 뚫려 기분이 안 좋았던 흑은 상당히 많이 만회한 형세다. 63까지는 이런 정도로 보인다. 64가 배짱의 한 수. 중앙 백 대마가 미생(未生)이지만 "공격할 테면 해 보라"는 신호다. 이럴 때 매운 맛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독사가 아니다. 65, 67은 상투적이긴 해도 외곽에 대형 그물을 칠 때 매우 효과적인 수법. 이른바 성동격서(聲東擊西)에도 해당한다. 중앙 백 대마, 과연 무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