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중소기업 수출 성장판이 닫혀간다
입력 : 2010.12.20 03:27
2003년 우리나라 수출의 53.1% 차지하다 2008년 38.8%로
대기업은 최고 호황이지만 값싼 중국·인도에 밀려
5년 새 세계 1위 제품 중국에 20개나 내줘… 디자인 등 차별화 필요
경기도 안산에서 산업기계용 정밀제어 부품을 생산하는 영광산전은 올해 초 인도의 한 수입업체와 수출 계약 최종 성사 단계에서 계약을 취소당했다. 대만 업체가 중간에 끼어들어 25% 이상 싼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거래처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고위 임원은 "월 15만달러짜리였지만 물량을 늘려 향후 연간 3000만달러까지 기대했던 큰 건"이라며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대만 업체가 '싼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계약 자체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수출 한국'의 뿌리인 중소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총수출은 지난달까지 4243억달러로 사상 최대가 예상되지만, 중소기업의 비중은 날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2003년 우리나라 총수출액에서 53.1%를 차지했던 중소기업의 비중은 2008년 38.8%로 떨어졌다. 과거 해외 수출시장에서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었던 중소기업의 성장판이 닫혀가고 있는 것인가.
◆개발도상국에 밀리고 치이는 중소기업
연 매출 1000억원대 규모의 DVR 제조사인 I사는 올해 수출금액이 전체 매출액의 60%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총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90%를 넘었던 2~3년 전과 비교하면 사실상 내수(內需) 기업이 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 대만 기업들이 저가품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잠식해 왔기 때문"이라며 "고가(高價) 제품 위주로 전환해 수출을 다시 늘리는 게 급선무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외국의 '값싼 제품'에 밀려 시장을 내주고 있는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무협에 따르면 2004~08년 사이 우리나라는 세계 1위 상품 중 21개 제품에서 1위 자리를 내줬다. 특히 이 가운데 20개는 중국 기업에 뺏겼다.
타워크레인과 굴착기 등 건설 중장비를 수출하는 인텍이엔지기건은 지난해와 올해 수출 실적이 과거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6~07년만 해도 연간 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지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건설현장이 '올 스톱'되면서 실적이 급락했다.
김춘우 사장은 "예전에 우리를 거의 베껴가던 중국 기업들이 요즘 우리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값싸게 내놓아 연방 식은땀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수출 한국'의 뿌리인 중소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총수출은 지난달까지 4243억달러로 사상 최대가 예상되지만, 중소기업의 비중은 날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2003년 우리나라 총수출액에서 53.1%를 차지했던 중소기업의 비중은 2008년 38.8%로 떨어졌다. 과거 해외 수출시장에서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었던 중소기업의 성장판이 닫혀가고 있는 것인가.
◆개발도상국에 밀리고 치이는 중소기업
연 매출 1000억원대 규모의 DVR 제조사인 I사는 올해 수출금액이 전체 매출액의 60%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총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90%를 넘었던 2~3년 전과 비교하면 사실상 내수(內需) 기업이 된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 대만 기업들이 저가품을 무기로 해외 시장을 잠식해 왔기 때문"이라며 "고가(高價) 제품 위주로 전환해 수출을 다시 늘리는 게 급선무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외국의 '값싼 제품'에 밀려 시장을 내주고 있는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무협에 따르면 2004~08년 사이 우리나라는 세계 1위 상품 중 21개 제품에서 1위 자리를 내줬다. 특히 이 가운데 20개는 중국 기업에 뺏겼다.
타워크레인과 굴착기 등 건설 중장비를 수출하는 인텍이엔지기건은 지난해와 올해 수출 실적이 과거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6~07년만 해도 연간 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렸지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건설현장이 '올 스톱'되면서 실적이 급락했다.
김춘우 사장은 "예전에 우리를 거의 베껴가던 중국 기업들이 요즘 우리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값싸게 내놓아 연방 식은땀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수출 품목 다변화하고 차별화된 제품 내놓아야
한국의 최근 수출시장 상황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은 요원하다. 대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올해 최고의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반도체·선박·자동차·평판 디스플레이·석유제품의 수출 증가액(449억달러)은 올해 우리나라 총수출액 증가분의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주요 수출품의 생산에 기여하는 중소기업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최고 호황을 보인 5대 수출품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5%에 그쳤다. 특히 LCD와 자동차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했다.
과거 대기업에 중소기업이 납품한 제품이 완성품으로 만들어져 수출될 경우, 중소기업이 납품한 제품도 '간접 수출'로 잡혔지만, 이 수치도 2005년 13%에서 2008년 7.9%로 급감했다. 이는 대기업들이 계열사로부터 납품을 받거나 해외로 부품 소재 수입선을 바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부품 소재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3.1%(2009년 기준)까지 높아졌다. 중소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중국 기업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특정 품목이나 기업군에 집중된 상황에선 경제 위기 등이 닥치면 '위험 분산'이 어렵다. 무역협회의 최용민 박사는 "독일처럼 각 분야에서 수출 경쟁력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많아야 위기를 잘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신흥국 기업들과 가격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디자인과 기술력 등에서 '차별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소기업연구원 이준호 박사는 "예컨대 중국 기업들이 신경 쓰지 못하는 세련된 디자인이나 사용자 편의성 같은 요소에 중소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술력 등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최근 수출시장 상황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은 요원하다. 대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올해 최고의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반도체·선박·자동차·평판 디스플레이·석유제품의 수출 증가액(449억달러)은 올해 우리나라 총수출액 증가분의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이들 주요 수출품의 생산에 기여하는 중소기업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최고 호황을 보인 5대 수출품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5%에 그쳤다. 특히 LCD와 자동차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했다.
과거 대기업에 중소기업이 납품한 제품이 완성품으로 만들어져 수출될 경우, 중소기업이 납품한 제품도 '간접 수출'로 잡혔지만, 이 수치도 2005년 13%에서 2008년 7.9%로 급감했다. 이는 대기업들이 계열사로부터 납품을 받거나 해외로 부품 소재 수입선을 바꿨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부품 소재 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3.1%(2009년 기준)까지 높아졌다. 중소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중국 기업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수출이 특정 품목이나 기업군에 집중된 상황에선 경제 위기 등이 닥치면 '위험 분산'이 어렵다. 무역협회의 최용민 박사는 "독일처럼 각 분야에서 수출 경쟁력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많아야 위기를 잘 견뎌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신흥국 기업들과 가격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디자인과 기술력 등에서 '차별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소기업연구원 이준호 박사는 "예컨대 중국 기업들이 신경 쓰지 못하는 세련된 디자인이나 사용자 편의성 같은 요소에 중소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기술력 등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