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동국대 신임 총장 "누가 봐도 지원할 필요 있는 대학 만들 것"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집무실에서 만난 김희옥(62) 헌법재판관은 "임기를 1년8개월 남겨두고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김 재판관은 최근 17대 동국대 총장에 선임돼 내년 3월에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교육은 미래가치를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며 "어떤 공직에 견주어도 소중하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총장직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재판관은 1968년 동국대에 수석으로 입학해 법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사법시험은 1976년 합격해 대전지검장과 서울동부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법무부 차관을 지냈고,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에 임명됐다. 동국대 총장 취임을 위해 오는 31일 퇴임할 예정이다.

"제가 불자(佛子)이고, 동국대 동문이라서 총장에 선임된 것 같습니다. 불교 조계종 종단과 여러 스님, 학교 재단과 동문들로부터 강한 권유와 추천을 받았습니다." 김 재판관은 사법시험 준비도 경남 합천 해인사와 서울 근교 청계산의 청계사 등에서 했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 신자다.

김 재판관은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당시 동국대 대학신문과 가졌던 인터뷰에서 '법관으로 봉직한 후 학교로 돌아와 후배들을 지도하고 싶다'고 했었다"면서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학은 연구·교육·사회봉사의 3가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며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누가 봐도 '저 대학은 존재할 이유가 있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할 만한 대학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재판관은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법무연수원 교수 시절 무려 170여편의 형사소송법 관련 논문을 썼을 정도로 학구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학 업무의 파악은 공직에서 퇴임한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면서도 "현재 동국대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고, 구성원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총장에 취임하면 교수와 직원, 학생과 동문들 간의 소통과 화합을 이뤄내는 일부터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종단과 학교 재단, 모든 불자들과 동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 학교 재정을 확충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인프라 조성에 최선을 다해 동국대를 '미래를 대비하는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