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껴안으면 능력이 보입니다] "비장애인 지원자 퇴짜 놓고 장애인만 찾았어요"

"김춘식씨가 우리 회사 핵심인력이에요. 회사 집기 중에서 제일 비싼 컴퓨터 본체 두 대를 춘식씨 혼자 사용합니다."(비룡기업 지창영 사장)

서울 장안동 소재 병원폐기물 수거업체 비룡기업. 약 20평(66㎡) 크기 사무실에서 김춘식(43·지체장애 4급)씨는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21인치 모니터를 마주하고 있었다.

지난 9월 그래픽 디자이너로 채용된 그는 이 회사의 첫 장애인 직원이다. 척추가 'S'자로 심하게 휘어 걸음걸이가 불편한 김씨를 배려해 회사는 출입문 가까운 쪽에 책상을 마련해 줬다.

병원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거해 특수 소각처리하는 비룡기업은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일이 많아 장애인 채용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1년 전부터 병원 팸플릿·명함 등을 만드는 일까지 사업을 확장하면서 장애인 채용을 계획하게 됐다.

지창영 사장은 "인쇄물을 만드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는 몸이 불편한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에 '장애인 일자리'라 못박아 놓고 사람을 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애인 단체나 채용 사이트에 구인광고를 내도 적합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비장애인 구직자 몇명이 문을 두드렸지만 "장애인을 뽑겠다"는 이유로 퇴짜를 놨다.

한 달간 헛발질을 한 후에 조선일보와 장애인개발원이 함께 운영하는 장애인 일자리 허브 '드림잡월드'에 채용 신청을 했고, 김춘식씨를 소개받았다. 잡 코치가 직접 실사를 나와 어떤 장애인에게 적절한 업무인지, 업무환경은 어떤지 둘러보는 과정도 거쳤다.

전문대를 졸업한 김춘식씨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해 오다 다니던 회사가 망한 후 최근 8년간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억지 춘향으로 프리랜서가 돼 알음알음 들어오는 일거리를 처리하고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돈을 벌기도 했지만 집에서 쉬는 시간이 많았다.

"그동안 면접을 40~50번 봤습니다.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하면 장애인이라는 얘기에 '사람 구했습니다'라고 끊어버리거나,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은 비장애인도 한 달을 못 버틸 정도로 힘든 일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씨는 비룡기업에 면접을 보러 올 때도 혹시 또 허튼 희망을 갖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입사 두 달 만에 김씨는 이 회사의 핵심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 회사 이상원 기획실장은 "장애인이 집중력이 뛰어나고 업무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비룡기업은 김씨에 이어 여성 장애인 그래픽 디자이너 한 명을 더 채용했다. 그런데 정작 뽑은 후에 문제가 생겼다.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를 타는 이 직원이 출퇴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회사측은 이 직원을 위해 디자인팀만 따로 사무실을 구해 이사 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드림잡월드'가 장애인과 일자리 이어 드립니다

조선일보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채용을 원하는 기업·기관은 장애인 일자리 허브 '드림잡월드(dreamjob.chosun.com)'를 통해 신청하십시오. 문의 (02)3433-0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