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김은중, 시력 잃고도 정상급 공격수로 올해의 감독상 박경훈, 약팀 제주를 강호로

시련을 이겨낸 두 남자가 올해 프로축구 영광의 얼굴이 됐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김은중(31)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0 K리그 대상'에서 기자단 투표(총 113표) 중 55표를 얻어 48표를 획득한 FC서울의 아디(브라질)를 제치고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김은중은 올 시즌 13골 10도움으로 제주를 정규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은중은 90년대 말 이동국과 함께 한국 축구의 '젊은 피'로 이름을 날렸던 선수다. 중학교 3학년 때 공에 눈을 맞은 후유증으로 1998년 왼쪽 시력을 잃어버렸지만 좌절하지 않고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했다.

진정한 위기는 2007년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며 찾아왔다. '교체용'으로 전락한 김은중은 2009년 과감히 중국 무대에 뛰어들어 구슬땀을 흘렸고, 이는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김은중은 "올해 제주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의 사령탑 박경훈(49)은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1986·1990 월드컵 본선 6경기에 출전한 스타 수비수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지휘봉을 잡았던 17세 이하 대표팀이 2007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예선 탈락하며 좌절을 맛봤다.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교수로 2년간 강단에 선 박경훈 감독은 올해 제주를 맡아 만년 약팀을 강호로 변모시켰다. 박 감독은 "실패한 감독을 받아준 제주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남의 윤빛가람은 신인상, 유병수(인천)가 득점상, 구자철(제주)이 도움상을 각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