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바둑大權 내가 잡는다"

올 한 해 바둑계 최고 스타는 누구일까. 한국기원이 선정한 MVP 후보 세 명(이세돌 박정환 이창호)에 대한 투표 결과가 21일 열리는 2010 바둑대상(大賞)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신문·방송 바둑기자단 투표 50%, 바둑전문 인터넷 사이트 3사를 통한 팬 투표 5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3인의 '대권(大權)' 경합을 본인의 가상 유세(遊說) 방식으로 엮어본다.

 

▨이세돌 후보

유권자 여러분 또 뵙습니다. 바둑 동네는 중임(重任) 제한 규정이 없어서 참 좋습니다. 저는 이 상(賞)을 총 5회 수상했는데, 특히 2006년부터 내리 3년 연패(連覇)로 제 세상이 왔음을 모두가 인정해주셨습니다. 작년 뜻하지 않은 휴직사태로 건너뛰었지만 올해는 제자리를 되찾게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무릇 모든 상(賞)은 실적을 기반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27세 절정기인 저는 복직 직후 국제대회인 제2회 비씨카드배를 접수했고, 물가정보배와 KT배 우승으로 3관왕에 복귀했습니다. 기록 부문서도 다승·연승·승률 3관왕 등극이 확정적입니다. 랭킹도 10개월 연속 1위이고, 연간 상금누계 또한 제가 1위랍니다.

국제무대서 예년보다 부진했던 거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제가 필요할 때 항상 빛을 발해왔습니다. 구제역보다 더 매섭게 조여오는 중국을 꺾으려면 저 같은 야전(野戰)형 투사가 지휘봉을 잡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 바둑계에 저만큼 확실한 전투병과 출신 승부사가 어디 있습니까. 세계 4관왕 영광을 재현할 기호 1번, '실적최고당' 후보 이세돌을 기억해 주십시오.

▨박정환 후보

한 달 뒤에 만 18세 생일을 맞이할 기호 2번 '젊은미래당' 후보 박정환 인사드립니다. 지난해 여러분들 덕에 신예기사상을 받았던 감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대통령(40세)과 국회의원(25세) 피선거권은커녕 투표권 하한연령(19세)에도 못 미치는 애송이가 벌써 대권을 탐하느냐고요. 하지만 함께 나오신 두 선배는 그런 말씀 하시면 안 됩니다. 이창호 후보는 15세, 이세돌 후보는 17세 때 첫 MVP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당시 두 분은 각각 四단, 三단에 불과했지만 저는 이미 八단입니다.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른 포상으로 곧 九단으로 특별 승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내에선 십단전 우승으로 내치(內治) 능력도 검증받았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바둑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중국이건 일본이건 외세 도발시 저는 그 10배 이상 무자비하게 보복할 겁니다. 위기의 한국 바둑을 과거와 미래, 어느 쪽에 맡기시겠습니까. 신예상 이듬해 MVP 등극은 저 개인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 바둑의 자랑스러운 첫 역사가 될 것입니다.

▨이창호 후보

기호 3번 '구관명관당' 후보 이창호입니다. 여러분들은 저를 지난해 포함, 통산 11회나 MVP로 뽑아주셨습니다. 송구하게도 제 스승이신 조훈현 九단(8회)보다도 많습니다. 14세 나이에 첫 정상을 밟아 공정사회를 열었고, 138회(국내 117·국제 21)나 우승해 바둑계를 '복지사회'로 이끈 공로 덕이었을 겁니다. 물론 표 얻으려고 공짜 밥 산 적 없습니다.

사실 성적 측면에선 꽤 부진했던 한해였죠. 6할에 못 미치는 승률, 7위까지 내려간 랭킹 등이 저부터 생소합니다. 하지만 올해도 제가 놀기만 했던 건 아닙니다. LG배에서 또 준우승에 그쳤지만 농심배에서 막판 3연승으로 한국의 아성을 지켜냈고, 바둑왕전과 국수전도 사수했습니다.

아직 35세에 벌써 추락해선 안 된다는 격려를 많이 받습니다. 제게는 안식년 같은 한 해였다고 할까요. 그동안 최대 과제였던 결혼식을 치러 부담을 덜어내면서 새 의욕도 솟습니다. 이번에도 '통큰 후보' 이창호를 뽑아 안정된 새해 바둑계를 열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