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21일, 지난 19일 유엔 안보리 논의와 관련, "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북한) 규탄에 동참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러시아가 중국과 같이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19일 안보리 논의는 우리 군의 연평 훈련을 빌미로 러시아가 소집했지만, 미국과 영국이 북한 규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맞서자 러시아도 미·영 주도의 수정안에 대체로 동의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러시아는 북한의 연평 도발을 규탄하자는 쪽에 동참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이 동참하지 않아 성명 채택이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안보리에 제출한 초안에선 우리 군의 훈련과 북한의 맞대응만 문제 삼고 북한의 연평 도발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입장을 반영한 듯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영국이 "11월 23일 한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시해 세를 얻자, 러시아도 '북한'과 '연평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영국(미국이 후원) 수정안과 유사한 대안을 냈다. 김 장관은 이를 "러시아가 나머지 한 나라(중국)를 끌어들이려 미국이 제시한 문안과 약간 다른 내용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사국들은 대체로 러시아의 이런 수정안에 동의했지만, 중국이 '규탄한다'는 내용이 들어가면 동의할 수 없다고 나와 결국 성명 채택은 무산됐다.
러시아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외교부 명의로 북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북한 박의춘 외상과의 회담 직후에도 북한을 비판했었다. 우라늄 농축 문제에 대해서는 푸틴 총리가 직접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하는 등 북한에 그동안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우리 군의 포 사격 훈련을 문제 삼아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자, 기존 입장이 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중국은 러시아와는 달리 천안함 폭침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연평도'란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은 채 남북 모두에게 '자제'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