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연예인 봉사활동 '얼굴 비치기' 넘어섰다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일'이지만, 카메라 뒤에 서는 건 취미예요. 우연한 기회에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제가 찍은 사진들을 보고 환자들이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다면 저는 대만족입니다."

배우 손현주(45)씨는 작년부터 사진작가가 됐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사연이 담긴 사진을 공모하는 '고맙습니다' 공모전 수상자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공모전을 주최한 대한병원협회와 한국노바티스측에서 손씨에게 홍보대사가 돼달라고 제안하자 손씨는 "행사에 얼굴만 비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의미 있게 참여하고 싶다"며 사진으로 재능을 기부한 것이다.

올해 손씨는 '암을 앓는 후배 의사를 치료하는 선배 의사' '간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의사와 환자' 같은 감동적인 사연이 담긴 사진을 찍었다. 손씨가 찍은 사진 6장은 서울대학병원 등 국내 대학병원에 순회 전시되고 있다. 손씨 앞에 모델로 선 서울대병원 외과학교실 서경석(50) 교수는 "손현주씨 덕분에 2004년 간경화 말기에서 이식 수술을 하고 함께 히말라야까지 올랐던 환자를 다시 만나게 됐다"며 "밝게 웃는 우리 사진이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 바란다"고 했다.

연예인들의 재능나눔이 달라지고 있다. 홍보를 위해 연예인을 섭외하는 모금단체 관계자들은 "과거에는 연예인들이 행사 기념사진만 찍고 가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기 재능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수 캔은 지난 10월 당뇨병 퇴치 활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디지털 음반 '세상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당신이죠'를 제작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의뢰를 받고 동료 가수와 개그맨 15명을 모아 무료로 만든 음반이다. 대한당뇨병학회 관계자는 "지난달 '세계 당뇨병의 날' 행사를 위해 방한한 외국의 당뇨병 전문의들이 캔의 공연을 보고 '감동했다'며 '외국에도 알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자 캔이 그 자리에서 승낙하고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사랑(32)씨는 지난 10월 '장기기증 생명나눔 캠페인' 홍보대사로 참여하고 있다. 자기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서약한 것은 물론 지인 2명을 데려와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하게 했다. 처음 10명이던 이 캠페인 참여자는 현재 160여 명까지 늘었다. 김씨는 "나도 막상 장기기증 서약을 하기 전 망설였다"며 "그때 내 생각과 고민을 설명하며 주변에 장기기증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