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돈키호테

〈제7보〉(87~102)=퍄오(22)는 작년 제4회 도요타덴소배 때 결승에 진출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세계 강호들의 절정연령이 25세 전후였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2~3년이 더욱 주목되는 기사. 국내랭킹도 착실한 상승 속에 현재 10위까지 올라 있다. 중국 바둑의 저변은 최근 10여년 사이 엄청 두터워져 웬만한 실력자 아니면 '베스트 10' 진입이 힘든 상황이다. 퍄오는 그러나 최철한과는 2007·8년 각 한 번씩 두 번 만나 모두 패했다.

87은 풍차를 가로막고 선 돈키호테처럼 무모해 보이지만 '족보'에 나오는 수. 참고1도가 흑이 그리는 그림이다. 88엔 다시 89라는 최강수를 들고 나왔다. 백은 못 이기는 척 90으로 연결해 간다. 93, 95는 자체론 대 악수이나 97 이하를 결행하기 위한 희생타였다.

참고2도를 보자. 단순히 1~5로 처리하면 10까지 흑이 망한 모습이다. 하지만 미리 흑A 이하 백D까지 부호순으로 교환돼 있을 경우엔 거꾸로 좌변 백 4점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잠시 고심하던 퍄오원야오, 손을 빼 102로 젖혀갔다. 좌하귀의 찜찜한 맛들을 예방해주는 호수. 그나저나 중앙의 거대한 백 대마는 살아 있을까, 아직 미생(未生)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