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CEO] "국산 신약 '카나브(고혈압 치료제)' 성공 자신한다"

지난 21일 대만 타이베이 시내의 한 호텔에서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의 경영에세이 '人生C.E.O'(원제 '끝은 생각하지도 마')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비용과 출판비용은 대만에서 일본 용각산을 수입·판매하는 판위준(范育俊)씨가 전액 부담했다.

김 회장은 1966년 일본 류카쿠산(龍角散)사와 기술제휴한 이후 이 회사 현재 회장의 증조부와 조부·부친 등 오너가(家) 3대의 빈소를 모두 찾아갈 만큼 돈독한 관계를 맺었다. 그 과정에서 김 회장은 판위준씨의 부친과도 교분을 쌓았고 평소 김 회장을 '아버지'라 부르며 따르던 판씨가 57년 전엔 조그마하던 '보령약국'을 매출 1조원대의 그룹사로 키운 김 회장의 얘기를 대만에 소개한 것이다.

이날 김 회장은 "성실했을 뿐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사람에게 과분한 행사"라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김 회장은 향후 사업 전망을 묻자 "2011년 한국 제약시장의 화두는 '카나브'가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카나브는 겔포스·용각산 등 일반의약품으로 유명한 보령제약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로 15번째 국산 신약이다.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연간 1조4000억원 규모로 단일 질환으로 가장 크다. 이 중 카나브와 같은 ARB(고혈압 유발효소의 기능을 억제) 치료제 시장은 7000억원대. 김 회장은 "카나브는 역대 국산 신약 중 시장이 가장 큰 제품"이라며 "3년 안에 시장점유율을 30%(2100억원)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물론 카나브의 앞길이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여태 나온 14개 국산 신약 중 연매출 100억원을 넘는 약이 4개뿐일 정도로 국산 신약들의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았다. 특히 카나브는 기존 7개 해외 신약과 경쟁해야 하고, 이들의 특허가 끝나는 2~3년 뒤엔 제너릭(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신약을 복제한 제품)과도 경쟁해야 한다.

김 회장은 "카나브가 경쟁 약들에 비해 약효가 뛰어나기 때문에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카나브가 시판되면 3년간 350억원을 들여 5000명의 치료효과를 추적할 계획"이라며 "'국산이니까 써달라'고 호소하는 대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케팅하겠다"고 했다.

그는 리베이트 근절을 둘러싼 최근 제약업계의 진통에 대해 "한 번은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의약정책에 대해 "리베이트뿐만 아니라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확대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미국은 전체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 비중이 27%입니다. 부작용 없는 치료제로 가벼운 질병은 스스로 치료하게 하면 건강보험의 적자도 줄이고 환자들의 불편도 덜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반의약품 비중은 15% 선이다.

보령제약그룹은 딸들이 경영을 승계한 드문 사례에 속한다. 맏딸인 은선씨가 보령제약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제약업계 첫 여성 CEO에 올랐고, 넷째딸인 은정씨가 유아용품을 만드는 보령메디앙스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대만 행사에도 두 딸이 동행했다.

부친과 함께 살고 있는 김은선 회장은 "매일 새벽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아버지가 러닝머신 위를 걷는 소리에 잠을 깬다"며 "부지런함을 타고나신 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