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올해는 가뿐하게 '예능 천하장사'

TV 예능 프로그램은 대중이 가장 손쉽게 웃음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창구다. 사회가 복잡하고 험악해질수록 이런 프로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올 한 해에도 예능 프로는 다양한 유행과 화제를 쏟아냈고 또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4개의 키워드로 2010년 예능계를 정리해봤다.

◆강호동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주요 예능 프로 진행을 독점해왔던 양대 산맥은 바로 강호동과 유재석. 그런데 올해는 두 사람 간 경쟁에서 강호동이 확실한 우위에 섰다. 작년 말 시작된 SBS TV '강심장'이 크게 성공했고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등 기존 프로들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강호동이 진행한 프로의 평균 시청률을 모두 합치면 70.1%. 반면 유재석은 지난 7월 시작된 SBS TV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 한자릿수 시청률을 전전하며 고전했다. MBC TV '무한도전' 또한 20%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로 전성기에 비하면 힘이 다소 떨어진 상태다. 두 사람을 위협할 만한 새로운 진행자의 성장은 여전히 더뎠지만 '개그콘서트' 출신 이수근·유세윤이 가능성을 보였다. MBC 예능국 여운혁 책임 프로듀서는 "강호동은 씨름 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평소에도 늘 긴장감을 잃지 않고 사람을 상대하며 웃음을 만들 수 있는 요소를 끌어낸다"고 말했다.

◆토크쇼

최근 3년여간 방송계를 장악했던 행동형 예능 프로에 밀려 변방에서 숨죽여 왔던 토크쇼가 부활했다. 매회 연예인을 20여명씩 출연시키며 물량 공세로 승부했던 '강심장'과 중견가수, 성우, 연주가 등 TV에서 자주 보기 힘들었던 전문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내며 기발한 웃음을 줬던 MBC TV '놀러와'가 선두에 섰다. MBC TV '세바퀴'와 SBS TV '스타부부쇼 자기야'는 중·장년 시청층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영화, 드라마, 노래 홍보를 노리는 스타 게스트 출연에 의존했던 구태(舊態)를 벗고 명확한 색깔을 앞세워 차별화된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이런 토크쇼의 약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디션

올해 예능 프로는 오디션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K2'는 가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치열한 경쟁 과정을 담아내며 20%에 가까운 시청률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또한 합창단편을 통해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을 이상적 지도자상으로 부각시키며 30% 이상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프로들의 공통점은 출연자들의 순수한 도전 정신을 잘 포장해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줬다는 점이다. 연예인 위주의 예능 프로가 갖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높다. SBS TV '스타킹' 또한 보통사람들의 경연(競演)을 앞세워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다. 외주 제작사 코앤 미디어 안인배 대표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보통사람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혹은 오디션 형식의 예능 프로가 대세가 된 지 오래"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종합편성채널 출범과 함께 미디어 환경이 확장되면 이런 프로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퇴출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올해는 유달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예능 프로에서 갑자기 사라진 연예인이 많았다. 해외에서 도박을 하다가 문제가 되자 인터넷에 거짓 해명을 올려 더욱 지탄받은 신정환은 아직도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그는 예능 프로에 가장 많이 출연하는 연예인 중 하나였다. MC몽은 생니를 뽑아 병역을 기피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1박2일'에서 퇴출됐고, 김성민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남자의 자격'을 떠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윤호진 수석연구원은 "예능 프로를 통해 인기를 얻은 연예인은 대중들과 친밀도가 무척 높아 물의를 일으킬 경우 사회적 충격이 더 크다"며 "연예인 스스로 더욱 엄정한 도덕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