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현수막 장바구니 만들며 제 삶도 다시 태어났어요"

21일 서울 동작구 상도종합사회복지관. 한 여성이 공업용 재봉틀로 바느질하고 있다. 폐(廢)현수막을 가위로 자르고 재봉질하니 20분 만에 그럴듯한 장바구니가 하나 만들어졌다. 그는 허리를 주무르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나승임(59)씨는 6년 전 허리디스크로 5급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형편이 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버려진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고 있다.

10년 넘게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나씨는 2004년 병원에 갔다.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의사가 '이대로 두면 2년 안에 허리가 굽어 평생 땅만 보고 살아야 하니 빨리 수술하자'고 했어요. 너무 겁나서 바로 수술했죠." 척추에 인공관절을 삽입했다.

결과가 나빴다. 무릎을 꿇지 않으면 제대로 앉을 수 없었고 통증도 남았다. 하루 대부분을 집안에서 누워 있어야 했다.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나씨는 "수술을 여러 번 후회했고, 의사 원망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해 남편이 명예퇴직했다. 남편만 믿고 세 아이를 키우던 나씨였다. 부업도 쉽지 않았다. 집에 앉아 재봉틀을 돌려봤지만, 정해진 분량을 채우기도 어려웠다. 두세 시간만 일해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이틀 넘게 누워 앓곤 했다. 수입이 끊긴 가족은 단독주택을 팔고 전세로 옮겼다. 후회와 고통의 나날이었다.

하지만 지난여름 허리를 굽힌 채 걷는 노인들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허리 펴고 걸을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자고 생각했어요. 대단한 일은 못하겠지만 무언가 봉사하고 살자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도 아직은 몸을 움직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드는 봉사자 모집 포스터를 보고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