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어르신들이 직접 뽑은 커피, 깊은 맛 즐기세요"

23일 오후 3시쯤 부산 도시철도 2·3호선 수영역 내 한쪽 편의 테이크 아웃(Take-out) 커피 전문점인 '실버(Silver)커피토마토 1호점'. 깔끔하게 차려입은 실버 바리스타(Barista) 2명이 손님들의 커피 주문을 받고 있었다. 바리스타는 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주세요"라는 주문이 나왔다. 실버 바리스타는 주저없이 원두를 갈고, 커피가루에 압력을 가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등 커피 만드는 작업을 자연스럽게 진행했다. 주문에서 계산, 커피가 나오기까지 2분가량 걸렸다. 바리스타 윤영순(61)씨는 "살아가면서 커피를 멋으로 마시기는 했지만 이렇게 커피를 만드는 일을 직접해 보니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버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이 부산에서 문을 열고 본격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에만 10잔가량의 커피 주문이 들어왔다. 아직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은 아니지만 바리스타들은 차분하게 일을 처리해 내고 있었다. 아메리카노뿐 아니라 카푸치노, 카페라테 등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드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이 커피 전문점에는 60대를 전후한 6명의 바리스타들이 2인 1조로 3개 팀을 만들어 오전·오후 교대로 이틀 근무하고 하루 쉬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이날 윤씨와 같은 근무조인 김경례(59)씨는 "나이가 들어 창업도 취업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그냥 있기엔 너무 허무해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말했다. 개점 기념으로 이달 말까지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어선지 아메리카노 주문이 많고, 어르신들보다 오히려 젊은층의 손님이 더 많다고 했다. 급여는 일단 20만원 선으로 책정돼 있지만 향후 가계 운영 수익금에 따라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이날 오전에 근무를 했던 서모(60)씨는 "새롭게 일하니까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면서 "아직 일을 능숙하게 하려면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오가며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일 문을 연 이 '실버커피토마토 1호점'은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의 후원 아래, ㈜커피토마토와 사회복지법인 보현도량의 산하기관 중 노인 일자리 전문기관인 부산연제시니어클럽, 부산시고령인력종합관리센터, 부산시노인취업교육센터 등이 힘을 모아 대상자를 선발했다. 대상자들은 2개월 과정의 전문 바리스타 양성교육과 실습 등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홍보, 인력 및 재고관리 등 매장의 전반적인 관리는 부산연제시니어클럽이 맡고 있다.

실버커피토마토는 기존 커피전문점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마실수 있고, 60세 이상의 어르신과 동반 2인에게는 '전 메뉴 20％ 할인혜택'도 있다. 사업을 통한 판매 수익금은 전액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부산시측은 "고령자들의 사회 참여와 경제적 소득 보장을 위해 이 커피점을 오픈했고, ㈜커피토마토에서 장소 및 시설을 무상으로 지원했다"면서 "안정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고객들에게 저렴하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커피토마토는 1호점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산광역시 노인취업교육센터에서 무료로 실시하고 있는 실버바리스타 양성과정의 수료자들에게 커피전문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 줄 계획이기 때문이다.

부산연제시니어클럽 김미정 대리는 "1호점을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도 민간업체와 연계하는 등의 방식으로 2호, 3호점 등 커피전문점을 계속 늘려 노인들에게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