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세 방침을 밝히면서 인기가 시들해질 것으로 예상됐던 골드뱅킹(은행을 통해 금을 사고 금값이 오르면 차익을 얻는 금융상품)에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골드뱅킹 투자로 인한 차익(差益)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소급해서 물리기로 하면서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신한·국민·기업은행 등 3개사는 지난달 15일부터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기존 가입자에 대해선 보름여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 기간에 골드뱅킹을 환매할 경우 은행이 세금을 대신 물어주기로 했다. 현재 3개 은행 모두 유예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는 고객이 직접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당분간 골드뱅킹 가입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신한은행이 다시 골드뱅킹을 판매하고 있는데, 전보다 더 많은 고객이 몰리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은 21일 현재 8만3375계좌로, 판매를 재개한 지난 1일보다 1307계좌가 늘어났다. 또한 이 상품의 하루 평균 입금액은 판매를 중단하기 직전의 16억원 수준에서 최근 28억원 규모로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판매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이 상품의 판매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최근 분위기로 볼 때 내년 초쯤엔 다시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뱅킹에 다시금 돈이 몰리는 것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으로 인해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방어 차원에서 금을 사두는 정도라면 나쁘지 않지만, 무턱대고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금 사자'에 나설 경우엔 손실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금은 경기 여건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거나 떨어지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철·구리처럼 제조업에 사용되는 다른 원자재와 달리, 금은 실제 수요·공급보다는 심리에 의해 가격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내년에 세계 경기가 호전되더라도 금은 경기 회복의 수혜를 받지 못할 수 있고,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해지면 가격이 내릴 수도 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앞으로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금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경기회복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석유나 금속 같은 원자재에 투자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