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아픔' 딛고 대조영함서 근무하는 김효형 하사
24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특별묘역을 찾은 김효형(22) 하사가 고 이상민 하사의 묘역에 앉아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24일 오전 9시쯤
대전 유성구 계룡로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특별묘역에서 묵념을 올리던 김효형(22) 하사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그는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겨우 참고 있었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 폭침 때 살아남은 김 하사는 이날 오전 개인 사정으로 못 온 3명을 뺀 다른 생존 장병 54명과 함께 46용사 묘역을 찾았다. 단체 참배는 4월 29일 합동 영결식 이후 처음이었다.
동갑내기 고(故) 이상민 하사와 천안함에서 1년 반 동안 동고동락한 친구인 김 하사는 "우리가 와서 오늘은 덜 외롭겠네"라고 말하며 이 하사 묘비 위에 쌓인 눈을 손으로 쓸었다. 묘비 위에 참았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침몰 50분 전에 '당직인데 잠 좀 자두라'고 상민이 엉덩이를 토닥여 침대로 보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됐습니다." 피격 직후 함수에서 인원 체크를 하는데 이 하사가 보이지 않자 김 하사는 손전등 하나만 들고 침실 쪽으로 뛰어내려 가 "상민아. 상민아"하고 외쳤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산산조각이 난 사물함 아래에서 울부짖던 김 하사를 동료가 끌어냈다.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 하사는 "꿈에 자꾸 상민이가 나왔다"며 "동료를 두고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매일 괴로웠다"고 했다.경남 진해 기술행정학교에 배치돼 교육생들에게 무기 작동법 등을 가르쳤다. 그는 틈날 때마다 혼자 46용사 묘역을 찾았다. 김 하사는 "묘비 앞에 놓인 사진에선 모두 밝게 웃고 있어 더 마음이 아팠다"며 "8월 상민이 생일 때는 작년 천안함에서 했던 과자 파티 생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 시간 동안 묘비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고 했다.북한 의 연평도 포격 도발 소식을 들었다. 김 하사는 "순간 머리가 쭈뼛 서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했다. 8개월 전 악몽이 되살아났다. 김 하사가 탄 대조영함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있었던 한·미 연합훈련과 20일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에 참여해 전투에 대비했다. 김 하사는 "적에게 복수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며 "도발하기만 하면 북을 박살 내겠다고 다짐했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