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처참하게 당한 함정 보고 격분"

천안함재단 조용근(64) 이사장과 유중근(60) 사무총장을 비롯한 '천안함재단' 관계자와 유족들이 24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에 있는 천안함을 참관했다. 유 사무총장은 "재단 관계자들이 천안함 침몰사고를 신문과 TV를 통해서만 봤기 때문에 그날의 참상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천안함 46 용사들이 처참하게 희생된 현장을 보고 안보의식을 재무장하기 위해 천안함을 참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들은 두 동강 난 채 벌겋게 녹이 슬어 유령선처럼 변한 천안함을 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천안함의 너덜너덜하게 잘린 단면이 9개월 전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종잇장이 구겨지고 잘린 듯한 절단면을 보며 재단 관계자들은 북한의 만행에 대해 격분했다. 재단 이사를 맡은 엄치성(44) 전경련 사회협력본부장은 "천안함을 실제로 보니 북한이 정말 싫어졌다"며 "앞으로 안보에 대해서는 보수·진보 가리지 말고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익(57) 재단 이사는 참관 내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선체를 둘러봤다. 그는 "와서 보니 어뢰에 맞은 게 확실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국민 모두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재단 사무국에서 일하고 있는 고(故) 최정환 상사의 아내 최선희(33)씨도 이날 처음으로 천안함을 찾았다. 지난 4월 유족들이 천안함 내부를 둘러볼 때 최씨는 마음이 아파 가지 않았다. 천안함을 둘러보는 동안 최씨의 눈에서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 기회가 몇번 있었지만 일부러 오지 않았다. 이렇게 처참한 모습일 줄은…."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다섯 번째 천안함을 보러 온 고 나현민 상병의 아버지 나재봉(52)씨는 "9개월이 지났지만 아픔은 조금도 가시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들은 천안함 참관 후 2함대사령관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조 이사장은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고 우리의 안보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재단 관계자들이 천안함 생존 장병의 멘토(조언하는 사람)가 되기로 결의했다. 재단은 해군과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현성 사령관은 "재단이 가족과 생존 장병에게 큰 힘이 되는 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