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言 죄송합니다" 고개 숙인 안상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26일 굳은 표정으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기자실을 찾았다. 단상에 오르자마자 고개부터 숙인 안 대표는 "이 어려운 시기에 여당 대표로서 저의 적절하지 않은 발언과 실수로 큰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꺼낸 뒤 또 한 차례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최근 성형 안 한 여성을 '자연산'으로 비유한 데 대한 사과였다.

그는 "모든 것이 부덕의 소치다. 지난 며칠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반성의 시간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어 "앞으로 여당 대표로 모든 일에 더욱 더 신중을 기하겠다"고 한 뒤 "당을 화합시켜 집권 여당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최선을 다하겠다. 더욱 진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 서민생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對)국민 사과문' 발표에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안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처음과 똑같은 표정으로 당사를 떠났다.

안 대표는 그동안 자택에서 자숙하면서 주변에 '설화(舌禍) 파문' 수습 방안과 관련해 조언을 구했고, 25일 저녁 공개 사과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형환 대변인은 "안 대표가 지역구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직접 성명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27일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소속 의원 토론회 등에도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28일에는 육군 7사단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30일에는 시내 양로원도 방문할 예정이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의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새롭게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보인다. 본인의 경솔한 처사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 것"이라며 "앞으로가 중요하다. 4월 재·보선 결과를 통해 진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도 "대국민 사과를 할 정도면 그만큼 사태를 무겁게 본다는 증거 아니겠느냐. 이 정도에서 수습하고 앞으로 잘 해나가야지"라고 말했다.

야권은 그러나 사과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과 국민은 안 대표가 '반성'이라는 립서비스가 아니라 '사퇴'라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정당이 부끄러움을 포기하는 것은 정당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으로 한나라당의 반성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말로만 반성한다는 것은 국민을 또 한 번 우롱하는 것"이라며 "여당 대표로서 진심으로 잘못된 것을 느끼고 책임지고 싶다면 대표직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퇴하라는 야당과 국민의 요구를 사과 정도로 무마하려는 것은 국민을 두 번 분노하게 하는 행위"라고 했고,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말로 하는 사과로 안 대표의 연이은 말실수를 만회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