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入장학금, 라면 63박스로 보답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청에 30개들이 라면 63박스가 배달됐다. 구청 직원들이 "누가 보낸 거냐"고 물었다. 배달한 사람은 "영등포구청에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편지는 '저는 2008년 3월 영등포구청이 준 장학금 50만원을 받았습니다'로 시작했다. '처음 장학금을 받고 많은 사람이 저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영광을 누린 지금, 제게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이 생각났습니다.' 편지는 이어 '그 장학금이 제게 큰 힘이 됐던 것처럼 나도 다른 이들의 힘이 되고 싶다'며 '추워지는 날씨에 홀로 계시는 노인 분들과 어려운 친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맺었다.

보낸 이는 영등포구 선유고 3학년 김용호(18)군이다. 김군은 이번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그는 "공부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그때 장학금을 받고 누군가 나를 응원해준다는 생각에 힘을 얻어 어려운 순간들을 견뎌냈던 것 같다"고 했다.

김군이 받았던 장학금은 영등포지역 할머니들의 봉사모임인 애몽봉사단이 학교 추천을 받아 준 것이다. 김군은 "받았던 돈의 2배는 내야 할 것 같아 내 저축에다가 시장에서 가게 하는 부모님이 주신 돈을 합쳐 라면을 100만원어치 샀다"며 쑥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