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사이비 언론에 굴복하지 않을 것"

경남 양산시 나동연(55·한나라당) 시장은 "내년부터 한국ABC협회(신문발행부수 공식 조사기관)가 공개한 발행부수 1만 부 이하이거나 발행부수를 공개하지 않은 신문의 기자를 출입기자 명단에서 제외하고, 양산시의 각종 광고(고시·공고) 게재도 중단하겠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양산시는 그 같은 내용의 '시정(市政) 취재 언론사 출입 및 운영기준'도 마련했다. 나 시장은 28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영세 언론사 난립으로 인한 폐해가 극심해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 언론사 폐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나.

"이름도 모르는 신문사 기자라며 명함을 내밀고는 '출입기자'라며 시청 내 실·과를 돌아다니는데 직원들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다. 무리한 자료 요구와 강압적 언동, 공갈과 청탁, 이권개입과 금품수수 같은 괴롭힘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시청 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이른바 '출입기자'의 폐해를 비난하는 글이 수십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시정(市政)의 독단을 견제하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 않나.

"시정의 잘못된 부분을 기사로 지적하는 건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적 취재보도 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자신들의 편의와 이권을 강요하는 행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신문사 기자의 출입을 자치단체의 자의적 기준으로 막는 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정상적 언론과의 건전한 관계를 위한 것이다. 양산시에 등록된 출입기자가 24명, 등록은 안 돼 있지만 시청을 드나드는 소위 '기자'까지 합치면 50명이 넘는다. 이들이 각종 고시·공고와 시정 광고를 요구한다. 그중 상당수는 협박과 공갈 수준이다. 이들에 휘둘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를 나눠주곤 해왔다. 그러니 오히려 정상적 언론사까지 윽박지르는 행태를 닮아가기도 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는 꼴이다. 사이비 언론에 당당해야 정상적 언론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고 생각한다."

―이번 언론사 출입기준에는 '사실왜곡 또는 허위·과장 보도로 인한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을 받은 경우'에도 출입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과도한 자의적 기준 아닌가.

"사이비 언론에 더 이상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선언적인 방침으로 이해해달라. 행정과 언론은 건전한 도시를 만드는 양면의 축이라는 것이 나의 확고한 생각이다. 언론중재는 활발한 언론 활동에서 불가피하게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책임 있는 언론과 각을 세우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책임한 언론이 함부로 시정을 농단하는 걸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출입기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나.

"우선 양산시의 고시·공고 광고가 엄격하게 집행될 것이다. 올해 약 3억원의 고시·공고 광고비를 15개 남짓 신문사가 사실상 똑같이 나눠 가졌다. 그 가운데 상당수 신문은 양산시민 가운데 구독자가 채 10명도 안 된다. 시민 세금을 이렇게 낭비해서는 곤란하다. 내년부터는 발행부수 1만부 기준에 따라 9개 신문사에만 고시·공고 광고를 집행할 계획이다."

나동연 시장은 양산의 중견기업체 CEO 출신으로 2002년부터 8년간 양산시의원을 지낸 뒤 지난 6월 지방선거에 당선돼 7월부터 양산시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