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도 어린이 등 형편 어려운 아이들 매일 100명씩 5000명 피카소展 초대"

"피카소가 유명한 화가라던데, 왜 사랑하는 부인 얼굴을 외계인처럼 그린 거예요?"

28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피카소와 모던 아트' 특별전에 전시된 파블로 피카소(Picasso, 1881~1973)의 작품 '초록색 모자를 쓴 여인' 앞에서 김민정(8·서울 숭미초교)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울 도봉구 '쌍문3동 방과후교실'에 다니는 친구 20여명과 미술관을 찾은 김양은 "책으로만 보던 그림들을 직접 보니 신기해요"라며 활짝 웃었다.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은 조선일보사가 창간 90주년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과 10월부터 공동으로 피카소·샤갈·마티스 등 현대 미술 거장의 대표작 121점을 전시하는 대형 전시회다. 이날 김양을 비롯한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 어린이 100여명이 본사의 초대로 전시관을 둘러봤다. 본사는 앞으로 낙도 어린이 등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일 100명씩 모두 5000명을 초대할 예정이다.

어린이들은 미술관 곳곳에 걸린 명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크리스티안 롤프스(Rohlfs·1849~1938)의 '야회복을 입은 신사와 크레올 여인 댄서'를 보던 공석현(8)군은 "알몸 그림인데 몸이 빨갛네"라며 눈을 가렸다. 해설사가 "화가가 그림을 통해 본인의 감정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하자 공군은 관람 전 배운 대로 '두 손가락 박수'를 치며 "그럼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쌍문3동 방과후교실' 어린이 20여명을 인솔한 박미애(42)씨는 "공부방 어린이 대부분이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 평소 문화생활을 하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미술관에 간다는 말에 며칠 전부터 들떠 있었다"고 했다.

이날 전시회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 멤버 선예(21)씨가 찾아와 어린이들의 손을 꼭 잡고 작품을 둘러봤다. 선예씨는 한 달 전에도 이 전시회를 관람했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랐다"며 "(성장기에) 사회에서 받은 따뜻한 손길을 갚고 싶어 다시 전시회를 찾았다"고 했다.

전시회를 둘러본 어린이들은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을 찾아 뮤지컬 '온에어'를 관람했다. 상계2동 청소년공부방 친구들과 온 윤다현(10·서울 용동초교 4년)군은 "미술관도 보고 신나는 뮤지컬도 본 오늘이 올해 최고의 날이에요.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할 게 생겨서 아주 좋아요"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에는 강동영어체험센터 학생 80여명이 전시관을 찾아 원어민 안내원의 영어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기도 했다. 유럽의 현대 미술 거장 작품 121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내년 3월 1일까지 계속된다. 전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금·토·일 등 주말은 오후 8시 30분까지 연장 전시한다. 월요일은 휴관. 관람료 성인 1만1000원, 초·중·고생 9000원, 유치원생 4000원. (02)757-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