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서약하기로 한 우리 장기기증 서약도 했어요"

"한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면 6명을 살릴 수 있으니 누구나 여섯 몫의 삶을 사는 거라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어요. 우리 둘이 합쳐서 12명을 위한 장기기증을 실천하게 돼 기뻐요." 부천에서 만난 조명숙(30)씨는 '사랑의 장기기증 등록증'을 쥐고 예비 신랑 김장호(29)씨의 어깨에 기댔다.

둘은 지난달 서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가 장기기증 뜻을 밝혔다. 김씨가 조씨에게 청혼한 지 사흘 만이다. 예비부부는 결혼을 약속하자마자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뇌사할 경우 각막·심장·췌장·폐·신장·소장 등을 기증한다는 내용이다. "평생 함께 살기로 했으니 평소 생각해온 일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서인천고교 동창인 두 사람은 2005년 독서실에서 고시공부를 하다가 만나 사랑을 키웠고, 당시 이미 장기기증을 약속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장애인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둘은 장기기증이야말로 '소중한 삶을 더욱 값지게 마무리할 수 있는 봉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6일 행정고시(기술직 방송통신직렬)에 합격했다. 김씨는 "장기기증과 같은 봉사와 나눔의 마음을 잃지 말고 공무원으로 일하라는 뜻 아닌가 싶다"고 했다. 둘은 "내친김에 결혼식장에 장기기증 부스를 마련할까 봐요"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