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뛰나 못 뛰나

'인민 루니'라 불리는 정대세(26·독일 2부리그 보훔)가 카타르 아시안컵 북한 대표에서 제외됐다. 그러자 중국 보도매체들이 일제히 "정대세가 북한을 위해 뛰지 않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게 무슨 소릴까.

시나 등 중국 인터넷 사이트는 "정대세가 북한을 위한 아시안컵 원정 출전을 거절했다. 인민 루니의 명성에 손상을 입었다" "인민 루니에게 더 이상 인민이 필요 없다는 말인가"는 등의 내용을 29일 전했다.

북한은 아시안컵에서 UAE, 이란, 이라크와 함께 D조에 배정됐다. 당연히 주 공격수 정대세도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북한 축구협회가 정대세의 소속팀 보훔에 대표 소집 공문을 늦게 전달했다.

보훔측은 이 핑계로 정대세 차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북한의 분위기상 선수는 대표팀 차출을 쉽게 거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중국 보도가 맞다면 그가 북한 대표팀과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부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실은 다르다. 정대세는 지난 18일 자기 블로그를 통해 아시안컵 참가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내달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독일 리그가 휴식기에 들어간다. 카타르 아시안컵 때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이후 정대세는 일본으로 건너와 아시안컵 출전에 대비해 왔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보면 정대세는 북한 대표팀에서 은퇴한 게 아니라 행정업무 미숙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을 수는 있다.

그렇다면 보훔의 속셈은 뭘까. 선수 보호를 위해 절차상 이유로 차출을 거부했다는 해석도 있다. 정대세는 보훔 경기에 고정적으로 출전하고 있지만 무릎 상태가 안 좋아 고전하고 있다.

정대세는 이번 아시안컵에 선수로 뛰지는 못하지만 카타르로 건너가 북한팀 동료와 합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정황을 감안해보면 이번에도 중국의 '언론'아닌 '언론'들이 괜한 풍파를 일으킨 감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