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破?戶

〈제13보〉(157~170)=세도가(勢道家)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흥청망청하다 집안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망나니를 가리켜 파락호(破落戶)라고 한다. 최철한 본인이야 다른 어떤 기사 못지않게 성실하고 알뜰한 청년이지만, 이 바둑에서 흑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락호의 신세를 연상시킨다. 중반 한때 상대를 무모하게 공격하며 입었던 손실이 워낙 커 좀체 만회가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157로는 참고도 1로 연결하는 수가 정수였다. 백도 6까지 살아야 하는데 흑7이 매우 크다. 10까지 쌍방 최선의 진행. 이것이라면 지극히 미세한 계가지만, 그래도 역시 백이 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젊은 시절 씀씀이가 조금만 덜 헤펐더라면 역전도 가능했다는 얘기가 된다.

158로 차단되면 이후 169까지의 진행은 거의 외길이다. 수순 중 162로 키워 죽이는 수는 기초적 수법이면서도 용의주도하다. 좌변 흑은 2개의 눈(집으론 5집)을 내고 간신히 살았다. 하지만 그 순간 중앙 백은 아직도 살아있는 형태가 아니다. 중앙이 자체적으로만 두 눈을 내려는 것은 간단치 않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퍄오는 미리 봐두었다는 듯 노타임으로 170에 치중(置中)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