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하루전까지 퇴진 몰랐다

선동열 감독은 본인이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사실을 하루 전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선 감독의 지인은 30일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선 감독과 내가 어제(29일) 함께 있었다. 선 감독은 시무식 때문에 다음달 3일 대구에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었고, 괌 전지훈련 문제 때문에 이런저런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만둔다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용퇴가 아니라 30일 갑자기 권고사직 형태로 결정됐음이 사실상 드러난 셈이다. 일부에선 선 감독이 30일 김 인 사장의 부름을 받고 서울 구단사무실에 들러 해임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인 사장은 아직 야구단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삼성SDS 사무실에 머물고 있다.

삼성은 용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개 구단이 감독을 해임할 때 완화해서 용퇴 형식을 빌린다. 어떤 형태가 됐든 결국 삼성그룹이 선 감독을 포기한 것으로 파악하는 시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0일 삼성 구단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도 이 정도로 변화가 있을 줄 몰랐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같은 결정이 대체 어느 정도 선에서 이뤄졌느냐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야구단 사장이 홀로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삼성그룹 고위층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때 화두는 '젊은 삼성'이었다. 삼성그룹 고위층이 전부 물갈이되면서 야구단과 선 감독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불과 17개월 전에 삼성은 시즌중임에도 선 감독에게 5년짜리 재계약을 선물했다. 엄청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당시에도 그룹 고위층의 재가가 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7개월후 이번엔 선 감독이 별다른 이유없이 퇴임하게 됐다. 이 역시 고위층의 재가가 필요한 일이다.

지나간 17개월 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결국 지난 3일의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였다. 그후 라이온즈 사장을 맡게 된 김 인 사장이 윗선의 의중을 따라 선 감독 퇴임을 결정하게 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감독 교체는 구단의 고유 권한이니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은 씁쓸함이 느껴진다. 7년 전 삼성은 '선동열 수석코치'를 영입하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1년 후에는 감독 유니폼을 안겨줬다. 감독으로 일한 6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두차례, 준우승 한차례, 4강 두차례 등 탁월한 성적을 남긴 선 감독이 굳이 퇴임 사실을 언론 발표 당일에 알아야했는 지에 대해선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