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이야기] [을지문덕함 훈련 공개] 전투배치에 1분40초… 15초면 어뢰발사 준비 완료

"쏴!" 명령이 떨어지자 127㎜ 함포가 불꽃을 뿜었다. 서쪽 바다 5.6마일(약 9㎞) 거리에서 10m 높이 물기둥이 치솟기까지 3초도 걸리지 않았다.

해군은 27~28일 제2함대의 기함(旗艦·작전을 지휘하는 군함) '을지문덕함(3200t급 구축함)'의 해상훈련을 언론에 공개했다. 3월 천안함 폭침에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이어져 서해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철통 같은 안보 태세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1999년 취역한 을지문덕함은 대함미사일 하푼(사거리 130㎞)과 대공미사일 시스페로우(사거리 18㎞), 청상어 어뢰, 127㎜ 함포(사거리 23㎞)와 30㎜ 부포 2문으로 무장했다. 배 길이는 135.4m로 축구장보다 크고, 6m 파고(波高)에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어뢰 발사요원 전투 배치!"

27일 오후 8시 30분쯤 잠수함을 수색하는 음탐실에서 대잠관(對潛官·잠수함 탐지장교)의 명령이 떨어지자 칠흑처럼 어두운 갑판 위로 병사 4명이 달려나갔다. '전화수(연락병)'를 맡은 병사가 음탐실과 연락하는 동안 병사 3명은 순식간에 어뢰발사대를 바다 쪽으로 돌렸고 발사대에선 청상어 어뢰가 납작한 머리를 드러냈다. 정석균 함장(대령·해사 41기)은 "을지문덕함 승조원들은 전투 배치까지 1분40초, 어뢰 발사 준비까지 15초가 걸리도록 훈련한다"고 말했다.

승조원들은 2주 해상 근무를 하고 1주는 육상 근무를 한다. 배에서는 철제 캐비닛을 옆으로 눕힌 듯한 2m×1m의 좁은 침대가 쉼터다. 배가 파도를 타기 때문에 침상에 누워도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바닥으로 푹 꺼졌다가 붕 떠오르는 진동이 느껴진다. 회색 벽면 너머에서는 "쏴악, 쾅"하며 쉴 새 없이 군함을 때리는 바닷물 소리가 들린다. 군함에서는 햇빛을 보려면 70도 정도로 가파르게 선 사다리를 올라 가로·세로 1m쯤 되는 수밀문 여러 개를 통과해야 한다. 한 부사관은 "배에 300개 정도의 격실(隔室)이 있어 신병은 2주간 선임병과 같이 다녀야 길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석 달 전 을지문덕함으로 전입한 한새울(20) 이병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견시(見視) 근무를 하는 게 어렵지만, 도발하는 적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도록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함장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승조원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훈련 수준도 향상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