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不計勝

〈제14보〉(171~206)=중원의 초대형 백 대마를 놓고 잡을 듯 잡힐 듯 길고 지루하게 이어져 온 싸움은 오늘 14번째 보(譜)에서 마침내 해답을 맞이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은 꼬리를 버리고 본체가 살아가는 '도마뱀 작전'으로 전국적 우세를 끝까지 지켜냈다. 무엇보다 이 고비에서 치중해간 백△가 깊은 수 읽기를 바탕으로 한 정확무비한 승착이었다는 중론.

171로 참고도 1에 버티면 어떻게 될까. 이 최강 수단이 안타깝게도 잘 안 된다. 11까지는 필연. 백도 12로 중앙을 안정한 다음 본격적인 수상전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백엔 16이라는 일선 젖힘의 묘수가 있어 23까지 패(覇)가 되는데, 흑은 실전보 186, 205 등의 팻감을 당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171에 두자 백의 주력 부대는 174까지 유유히 살아갔다.

175와 176은 맞보는 자리. 상중앙 쪽 백의 꼬리 8점을 잡았지만 이 정도로는 수지(收支)를 맞출 수 없어 흑의 패배도 확정됐다. 아쉬움에 돌을 거두지 못해 계속 두는 사이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 181이나 185, 189 등으로 '가'에 선수해두지 않은 탓에 거꾸로 190과 192를 당한 것. 이 바둑은 250수까지 이어진 끝에 흑이 돌을 거뒀지만 무의미하므로 206수에서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