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야 할 과제 좀 있는 것 같아… 일 좀 하겠다"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2일 "(금융 분야에) 풀어야 할 과제가 좀 있는 것 같다. 일 좀 하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김 내정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과 함께 취임 소감을 짧고 간명하게 표현했다. 앞으로 저축은행 부실이나 기업구조조정 등 금융 분야의 각종 현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은 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 내정자는 3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금융위원장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김 내정자는 새해 첫날인 1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금융위원회 국과장급 간부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주요 현안에 대한 업무 파악을 마쳤다.

김 내정자는 행시 23회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차관보,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쳤다. 2003년 카드채 사태와 2005년 부동산가격 급등 등 한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대형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대책반장을 맡아왔다.

지난 2008년 2월 재경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난 뒤 거의 3년 만에 복귀하는 셈이지만, 이틀간의 업무 보고에서 공백기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고 금융위 간부들이 전했다. 금융위의 한 국장급 간부는 "김 내정자가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나 우리금융 민영화, 저축은행 부실 등 각종 금융 현안을 꿰뚫고 있어서 보고하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전임 진동수 위원장과 달리 김 내정자는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금융위 간부는 "법학을 전공한 전임 진동수 위원장이 중장기적인 제도나 시스템 정비를 중시했다면, 김 내정자는 금융권과 직접 소통해 조기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채권단 책임으로 넘겨놓았던 기업구조조정 등에 대해 김 내정자는 보다 분명하게 금융당국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김 내정자는 어떤 일이 닥쳐도 절대 피하거나 남에게 떠넘기지 않고 반드시 본인이 매듭을 짓는 스타일"이라며 "현대건설 매각이나 기업구조조정 등 최근 금융권에 얽힌 현안이 많아 김 내정자처럼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립(grip·쥐는 힘)이 세다'는 평가를 받는 김 내정자의 임명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장은 "구조조정 분야에서 채권단과 대기업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아무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면서 "김 내정자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면 기업구조조정의 속도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장은 "옛날처럼 정부 입김이 너무 심해지면 시장의 자율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