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코리아 '희망! 2011'] "지금은 접전상황, 모두 마음모아야"

강원도 평창에 2011년은 비원(悲願)의 해다.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했다가 모두 실패한 뒤, 다시 나서는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올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다. 그 절박한 싸움의 선봉장이 조양호(趙亮鎬·62) 한진그룹 회장이다. 어찌 보면 '가시방석'이라 할 유치위원장을 맡은 조 회장은 "국가적인 대사 앞에 개인적인 문제는 잠시 접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방심은 절대 금물"

"다들 너무 들떠 있는 것 같아요. 절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조 위원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자만심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왜 경쟁 도시보다 내부의 적(敵)에 더 신경 쓰는 것일까.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까.

"작년 말부터 '평창이 유리하다'는 외신 보도가 부쩍 많아졌어요. 그런 보도를 접하면서 '당연히 유치에 성공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어요. 그게 유치에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닙니다."

―작년 12월 8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그렇게 보도했지요? '평창이 유치전의 선두주자인 것처럼 보인다(Pyeongchang is seen as a likely front-runner)'고요.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12월 14일엔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도 비슷하게 보도했습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유력해 보인다'고요. 그런데 이런 보도들은 겉으로 드러난 제목과는 다른 '행간(行間)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사실 뉴욕타임스 기사는 윤리 문제를 밑바탕에 깔고 있었습니다. 르몽드 기사는 프랑스 안시의 준비 부족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었고요.

"맞습니다. 사실이 그런데도 국내 언론까지 너무 그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면이 없지 않아요. 이 자리를 빌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톤 다운(tone down)'을요. 지금 냉정히 따져보면 굉장한 접전 상황이라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래도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요?

"국민의 일관된 지지는 분명 중요하지요. 마지막까지 한마음으로 유치에 힘을 보태주셔야 하고요. 제 얘긴 '(평창이) 당연히 되는 거 아니냐'며 관심이 사라지는 걸 우려하는 겁니다."

■커피 타주는 CEO

조양호 위원장은 한진그룹 CEO다. 스포츠 외교를 해본 적이 없는 그는 2009년 9월 유치위원장이 된 뒤 1년4개월 동안 지구를 10바퀴도 더 돌았다고 했다. 비행기 타고 세상을 누비는 게 그의 운명인 것 같았다.

―스포츠 외교 무대 일선에서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한국, 그리고 평창에 대한 국제스포츠 관계자의 달라진 인식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평창이 처음 2010년 올림픽에 도전했을 땐 북한의 평양과 혼동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지금 IOC에선 한국 하면 평창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왜 유치에 실패했을까요.

"그건 유치 성패와 관계없이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과거 유치활동을 했던 분들의 노고가 그만큼 컸다는 얘깁니다. 지금도 많은 IOC 위원들이 한국에서 할 때가 됐다, 한국은 충분히 올림픽을 할 능력이 있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어요."

―기업 총수의 입장에서 표를 구하러 다니니 새로운 걸 느끼셨을 법도 합니다.

"하하! 갑(甲)이 아닌 을(乙)의 자세를 확실히 배웠다고 할 수 있지요. 그동안은 제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다가 지금은 IOC 위원들의 일정에 따라 쫓아다니다 보니 가끔 제가 세일즈맨이 된 느낌마저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