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로 만든 이미지 감각의 혼돈을 즐겨봐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난달 31일 시작한 〈SeMA 2010-이미지의 틈〉전(展)은 2004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온 젊은 작가들에게 장(場)을 마련해준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 작가 발굴·지원 프로그램인 SeMA는 'Selected eMerging Artist(선택된 떠오르는 미술가)'의 약자이다. 이들 작가는 난지스튜디오에 입주해 작품 활동을 벌이거나 전시 지원 프로그램 작가로 선정돼 전시비용을 지원받았다.

이번 전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젊은 작가들에게 '이미지'를 가지고 상상력을 한껏 펼쳐보이게 했다. 보는 것과 인식의 틈, 보는 것과 실제의 틈같이 이미지를 둘러싸고 우리가 매일 겪는 현상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이수균 서울시립미술관 학예부장은 "이미지의 문제에 주목해온 작가들을 선별해 기획한 전시"라면서 "거창하고 특정한 주제를 들고 나오기보다 이미지 자체를 가지고 이미지를 생산해낸 전시"라고 말했다.

김민정의 비디오 설치작품 〈움직이는 벽〉은 화면에서 구르는 돌이 움직일 때마다 변하는 공간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영화처럼 재미있는 체험을 하는 기분이 들다가 점차 움직이는 벽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어지러운 상황이 되면서 보는 것이 우리 인식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강이연의 비디오 설치작품은 하얀 스크린 뒤에서 사람이 몸부림치는 듯하다. 영상이 나오는 것인데 사람이 실시간으로 퍼포먼스를 하는 것같이 지각(知覺)의 혼란을 일으킨다. 관람객은 지각의 혼란을 즐기고, 작가는 그런 관람객의 반응을 즐기는 셈이다.

이중근은 반복되는 패턴을 이용한 평면 작품을 보여주는데, 패턴이 시간과 공간을 매개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기하학적 무늬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의 형상이 촘촘히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일상 속의 평범한 남자가 작은 크기로 빼곡히 들어서 패턴화된 일상과 작품이 교차함을 느끼게 된다. 김용관은 시차(視差)를 통해 본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하나의 대상이라도 시점이 다를 경우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시차를 상정하면서 평면과 입체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연필 드로잉으로 구성한 송상희의 애니메이션 영상물은 석유가 뒤덮인 바다 속의 물고기를 통해 과학과 인간의 관계를 말하고자 한다. 물고기가 기름으로 뒤덮인 수면 위로 가까스로 올라와 하늘을 쳐다보는 듯한 영상은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석유 유출사고를 토대로 한 것으로 과학과 신화를 엮어서 풀어낸 작가의 상상력이 흥미롭다.

관람객은 작가들의 이미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도,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미지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전시는 2월 13일까지 이어진다. (02)2124-8800. 관람료 무료.